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부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제동이 걸려 꿈쩍을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8월, 처음 입법 예고된 후 권익위가 정부안으로 확정해 국회로 넘길 때까지 1년,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는데 다시 1년5개월이 걸렸는데,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신중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한다는 계획도 사실상 장담하기 어렵게 되었다.

문제의 발단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용대상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KBS·EBS는 규율하고 나머지 민간 방송은 제외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 국공립 교원과 사학 교원을 구별하는 것도 직무의 동일성으로 보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이 포함되면 언론의 자유는 제한 당하고 언론인 재갈물리기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과, 애초 공직자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입법취지와 달리 언론과 사립학교 교직원 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주장이 차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이미 한 차례 후퇴한 전력이 있다. 처음 입법예고안은 직무연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자던 것이 연관성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하도록 조정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또 얼마나 이해득실에 따라 축소될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직사회에 먼저 적용하고 나서 점차 확대하자는 의견은 김영란법의 약화만 가져올 뿐이고,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인에게 이 법을 적용함으로 언론자유가 제한 당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이 소신에 따라 행동하므로 언론자유를 신장하고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수가 있다고 믿는다.

벌써 대통령의 의견에 따라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서 언론을 제외하는 방안을 새누리당이 추진중이라고 하는데 '차 떼고 포 떼고'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로만 축소해 버린다면 우리 국민들의 열망과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김영란법 아니라도 이미 공무원 윤리강령과 청렴의무 규정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김영란법은 지켜진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하려면 좀 제대로 강력하게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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