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춘추시대 말엽 공자(孔子)의 고국인 노(魯)나라의 실세였던 대부 계손자(季孫子)가 세금을 가혹하게 걷어 들이는 바람에 백성들의 살림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기슭을 지나가고 있을 때 어디선가 여자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일행은 가던 길을 멈추고 살펴보니 가까운 언덕위에 무덤 셋이 보이고 그 앞에서 여인이 통곡을 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슬피 울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수년전에는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돌아가셨고, 작년에는 남편이, 며칠 전에는 제 자식까지 잡아 먹혔답니다." 그럼 이 무서운 곳을 떠나 사람이 많이 사는 마을로 내려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여기에 살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더라도 애 터지게 지은 농사를 세금으로 다 빼앗기지 않으니 다행이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이 말은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일러 말하기를 "잘 기억해 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로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 나온다.

러시아 피오트르 대제(大帝) 시절에는 국민으로부터 저항 없이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면 출세가 보장되었다. 실제로 일개 농노(農奴)에 불과했던 쿨바토프라는 사람은 현대에도 사용하고 있는 인지(印紙)제도를 창안하여 나중에 상공국장과 부지사의 직위까지 오르게 된다.

어느 시대이든 국가는 튼튼한 재정을 위해 많은 세금을 거두고 싶어 하지만, 납세자는 가능한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 한다. 따라서 과세의 기술은 가능한 한 아무런 잡음 없이 필요로 하는 최대량의 깃털을 오리에게서 뜯어내는데 있다고 루이 14세 때 재정담당관이 한 말은 지금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다.

증세는 없다고 하면서 담뱃값은 올라가고, 13월의 세금폭탄이 된 연말정산 논란으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순식간에 30%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국민은 세금을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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