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作

▲ 최종득(41·장평동)
아이들 곁에 살다보면 아이들 문제로 고민할 때가 참 많다. 모두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고민이다. 이런 고민들은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는 것으로 대부분 해결된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아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읽어줘도 깊게 상처받은 마음을 제대로 어루만져 줄 수는 없다. 그러면 나는 이 책의 '도토리 두 알'이라는 시를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 멀린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 울지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모두 내가 아끼고 사랑해야 할 아이들이다. 크고 윤나는 도토리를 볼 때는 한없이 가엽고 가슴이 아프다.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경쟁하고 비교 당하며 살았을까 하고 생각하면 어른으로, 교사로서 참 미안하다.

그리고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볼 때는 내가 해줄 게 얼마 없어 미안하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로 살아오면서 받은 멸시와 차별, 그리고 수많은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탓한다.

그러면서 난 생각한다. 크고 윤나는 도토리는 자신의 크고 빛남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생각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고 싶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는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비교하도록 해 언젠가는 멋진 참나무가 될 수 있다는 한없는 희망을 주고 싶다.

난 오늘도 크고 윤나는 도토리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속에서 살고 있다. 나와 함께하는 도토리가 더 크고 빛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 한 그루 한 그루 의미있는 올곧은 참나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 멋진 참나무 숲을 만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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