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2000원을 넘어섰을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는 매우 의미심장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지금 기름값이 묘한 게 아니라 물가가 묘하다.

2008년 국제유가가 140달러 대까지 치솟아 제3차 오일쇼크가 일어나지 않느냐는 우려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면서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47.93달러에 마감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않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수입의존도가 무려 96%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급락은 우리에게 더없는 호재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얼어붙은 국내경기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 1일 인천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가가 30% 떨어지면 가구당 연간 유류비가 50만 원가량 절감될 만큼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호재"라고 한 말도 이를 증명한다.

기름값이 떨어진 만큼 기업들은 더 큰 이윤을 올릴 수 있다. 기업들은 원가부담이 줄어든 만큼 제품가격을 내릴 수 있고 제품가격이 싸지면 소비자는 소비의 여력이 생겨 쉽게 물품을 구입하면서 내수경기는 살아나게 된다.

휘발유나 경유 같은 유류값이 싸지면 자동차 운행부담이 줄어들어 나들이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나들이객의 증가는 음식·숙박·잡화·토산물 구입·레저용품 등 소비를 촉진시키는 종합적인 촉매재로 나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런데 물가가 묘하지 않는가?

2012년의 경우 국제유가가 4.9% 올랐을 때 기업들은 원가부담을 이유로 대부분의 석유 관련 제품들을 약 5% 수준으로 올리더니 지금은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났는데도 물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비료·농약·도자기·전력·온수·비누·화장품 등 20여개의 품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1월 1일부터 코카콜라 5.9% 인상뿐 아니라 라면·밀가루·식용유·생수 등 가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생필품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하나의 제품이 생산될 때까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단지 원유값이 내렸다고 해서 제품가격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원유가격이 올랐다 하더라도 제품가격은 올리지 않아야 옳았다.  

기업들이 유가가 내려갈 때는 가격에 적용하지 않아 기업이윤으로 흡수하고 유가가 올라갈 때는 이를 빌미로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방법으로 기업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일이다.

유류값은 어떠한가?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일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ℓ당 1570원이며 경유는 1385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주유소에 따라 값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7일 기준 거제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휘발유값의 최고가격은 1737원, 최저가격은 1495원으로 그 차이가 무려 242원이다.

60ℓ를 주유한다고 했을 때 한 번 주유할 때마다 1만4520원의 차이가 난다. 2000원이 넘었던 휘발유 가격에 비교하면 내린 건 틀림없지만 100원 이상의 주유소 판매가격 차이는 인색한 적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국제유가의 하락은 우리에게 소비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 경제가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디플레이션은 소비부진이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소비가 살면 경제가 산다. 소비심리를 북돋을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유류의 경우도 소비자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전향적 자세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유가하락이 제품가격의 인하로 이어지지 못하는 결정적 원인 중의 하나인 주요 업종의 시장 독점화 구조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그뿐 아니라 소비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물가가 오히려 오르거나, 꿈쩍도 하지 않거나, 적당하게 내리는 꼼수에 대하여 정부는 원가공개나 세금탈루 등을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캐치프레이즈로 걸었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국제 유가하락은 2015년 우리 경제의 터닝 포인트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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