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움, 지역민 사랑으로 이겨냈어요"
"병마와 싸움, 지역민 사랑으로 이겨냈어요"
  • 곽인지 기자
  • 승인 2014.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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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투병 조민철군, 그 후 3년
완치 판정 후 학교생활 적응 노력…골수이식 수술없이 항암치료에 전념
근육퇴화·체력저하·입맛까지 변해…고교진학 앞두고 도움준 이들에 감사

2011년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초등학교 6학년 조민철군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여기저기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1년 간 학급비를 모아온 학생, 헌혈증을 들고 온 교사, 바자회 수익금을 내놓으신 학부모, 시 낭송대회 상금을 기탁한 시낭송가 등 각계각층에서 도착한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민철군은 수술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그 후로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민철군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13살 아이가 감당해내기에는 너무나 혹독했던 암과의 싸움을 꿋꿋하게 이겨낸 민철군을 중학교 교실에서 다시 만났다.

완치 판정을 받아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조군은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픈 곳 없냐는 질문에 "항암 치료 후 근육이 퇴화되고 한동안 누워 있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놓는다. 지금도 여전히 '조심조심' 중이다. 그러면서 기억하기도 싫은 3년 전의 일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2011년 10월이 거의 끝나갈 즈음 학교로 향하던 민철이는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움직일 때마다 숨이 막히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처음엔 며칠 누워있다 퇴원하는 줄로만 알았다. 좀 더 큰 병원으로 옮겨져 같은 병실에 누워있던 아이들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은 병을 앓고 있구나' 실감을 하게 됐다. 그렇게 갑자기 민철이에게 백혈병이 찾아온 것이다.

"하나둘씩 퇴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곧 퇴원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 것도 잠시, 며칠 후 다시 입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루 이틀에 끝나지는 않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병원에만 있다 보니 갑갑했고 빨리 건강해져서 이곳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독하다는 항암제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어른도 버텨내기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꿋꿋하게 이겨낸 민철군에게 백혈병에 대해 물었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7~8개월 만에 완치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형의 골수를 채취해 검사를 하면서 골수 이식 수술을 대비했지만 다행히도 골수이식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심각했다. 너무 고통스러워 진통제 없이는 버텨내기 힘들었다. 가끔은 코피를 흘리고 기도에 피가 고여 호흡곤란이 와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가장 큰 부작용은 근육의 퇴화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금새 지쳐버렸다. 입맛도 바뀌었다. 물에서도 고기에서도 비린내가 느껴졌다. 그래서 좋아하던 피자·햄버거도 먹지 않게 됐다."

그렇게 민철이는 항암치료로 병원에서 끔찍한 1년을 보내야 했다.

"퇴원 후 처음으로 2학년 교실에 들어서던 날 모든 게 낯설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15분인 거리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잘 적응하려 마음먹었지만 이유 모를 허리 통증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렇게 또 1년이 흘렀다. 2년 동안의 학습 공백은 3학년이 돼서 더 크게 다가왔다. 수업시간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들로 아이들을 쫓아가기가 버거웠다. 그래서 더 결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고등학교 진학이 코앞이고 몇 년 있으면 사회로의 첫발을 디딜 민철이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민철이는 고개를 떨궜다.

"그동안 수시로 밀려오는 고통 앞에서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민철이는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기대와 포부도 당차게 말한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야간 자율학습에 수업도 늘고 학교 거리도 멀어져 체력을 기르는 게 우선인 것 같다"며 "매일 꾸준히 걷기를 통해 근육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며 공부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아낌없이 나눠주셨던 여러분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며 "그동안 감사의 말을 전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을 맺었다.

조군을 곁에서 지켜봐주던 담임선생님은 "민철이가 3학년 올라오면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 지가 많이 걱정됐다. 그러나 의외로 잘 버텨줬고 웬만해서는 조퇴하는 일 없이 학교에 잘 나오려고 하는 의지가 보였다. 조그만 변화에서 큰 가능성을 봤다"고 말한다.

초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중학교의 졸업도 머지않았다. 그리고 의젓한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두 다리에 힘주고 씩씩하게 걸어나갈 민철이의 2015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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