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4년은 역사의 한 장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희망의 을미년을 기다리고 있다. 늘 이때쯤이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유독 올해만큼 이 다사다난이라는 용어가 실감나게 들리는 때가 드물었던 것 같다. 올해는 국운을 가를만한 크고 굵직한 초대형 이슈들이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다.

지난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경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제주로 가던 연안여객선 세월호가 침몰되어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사고는 온 나라를 절망과 비탄에 빠지게 한 최악의 사건이었다.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행사가 진행 중이던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에서 폭설로 인해 실내체육관이 붕괴되어 대학생과 이벤트회사 직원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당하는 사고와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는 우리 사회의 부실한 건물 관리와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정치적으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6·4 지방선거와 총리 후보자 한 사람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우리 사회 고위공직자의 한심한 실태와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이 연말 정국을 혼돈과 충돌의 정치판으로 헝클어 놓았다. 여기에 종북논란과 부정경선 의혹, 폭력성으로 대중적 신뢰를 잃은 통합진보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는 초유의 사태도 지켜보았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미국에 이어 3번째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여 세계 10대 교역 국가 중 글로벌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은 최초의 국가가 되면서 경제의 봄을 기대했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에 이어 유럽에도 디플레이션 공포가 찾아들면서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졌고, 그나마 세계유가의 하락으로 기대했던 경기회복조차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실적충격)와 함께 내수경기를 극도로 꽁꽁 얼어붙게 만든 한해였다.

가장 믿음을 주어야 할 군(軍)에서 발생한 폭행 사망, 총기 난사, 성추행, 방산비리 등의 잇단 대형사건과 비리는 안보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교육계는 교육대로 무상복지에 대한 논란 속에 학교 무상급식이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대학수능 출제오류는 교육현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로는 부산·울산·경남지역에 시간당 130㎜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하루 최고 240㎜가 넘는 기록적인 강수량으로 도시기능은 마비되고, 고리원전 2호기가 멈추는 아찔한 사태도 발생했다. 창원에서는 시내버스가 하천 물에 휩쓸려 7명이 사망하는 가슴 아픈 일도 지켜보아야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때 북한 실세 3인방의 예고 없는 남한 기습방문은 남북관계 개선에 큰 변화를 기대했지만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버렸고, 2014년도가 다 저물어갈 즈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소위 '땅콩회항' 사건은 대한민국을 국제적 망신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120년 전, 갑오년 동학혁명이 일어났던 그때처럼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적 열망은 무겁고 안타까운 뉴스에 깔려 허덕이다가 끝나고 말았다. 무엇하나 신나고 멋지고 살맛나는 소식보다는 우리를 절망과 슬픔으로 빠뜨린 한 해였다. 그 와중에서도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래 25년 만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가지고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그나마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 거제시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조선산업의 불황으로 때늦은 IMF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었고, 관광산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거제에 여름 해수욕장 이용자 수가 작년 대비 약 38% 감소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300만 원대 서민 아파트 건립은 전국의 지자체들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사곡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확정은 연말에 찾아온 낭보였다.

2015년은 2014년보다는 분명 나을 것이다. 적어도 그런 희망이 있기 때문에 새해는 설렘과 기다림으로 또 한 해를 맞는다. 비록 2014년은 힘들고 어두웠다 해도 어제보다 나은 내일,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찾아 2015년 을미년의 새아침을 맞이하자.

2014년 한 해 동안 거제신문을 아껴주시고 애독해주신 독자들에게 엎드려 감사의 절을 올린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