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꾼 농부 윤총규씨

“농사를 조금씩 줄여나가려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계속 늘어만 갑니다. 그러나 땅을 놀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없는 것이 우리들 농사꾼들의 생태인지라 동네 어르신들이 부탁하면 또다시 그 땅을 맡아 씨를 뿌리고 모내기를 하며 정성을 쏟으니 우리부부는 어쩔 수 없는 농사꾼인가 봅니다.”

농사를 천직으로 천석꾼 만석꾼을 바라보는 윤총규씨(47·거제면 외간리)는 아주 특별한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다.

거제시에서 가장 많은 벼농사를 짓는 것도 그렇지만 농사꾼치고 윤씨만큼 다양하고 많은 농기계를 가진 사람이 없다.

벼농사를 짓는 땅만해도 23만㎡(7만평)에 이르고 농기계 종류는 10여종에 이른다.
대형 콤바인은 물론 트렉트 2대, 이양기 2대, 건조기 2대, 지게차, 정미기, 관리기, 경운기, 논두렁 조성기, 곡물수송기, 색채선별기 등 농기계값이 수억원에 달한다.

농사 면적이 늘어나면서 하나 둘씩 사기 시작한 농기계가 이젠 수십대가 됐고 오랜 경험으로 고장수리는 직접 해결, 웬만한 농기계 정비사 못지않는 실력을 과시한다.

군 제대 후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고향에 정착, 농사꾼이 된 윤씨는 쌀전업농으로 선정되면서 농지임대차사업에 적극 가담, 인근마을의 휴경지까지 경작하기 시작했고 농촌의 고령화 등으로 경작면적이 해마다 늘어 이제는 23만㎡(7만평) 남짓 벼농사를 짓는 거농이 됐다.

차를 타고 논을 한 번 둘러보는 시간만 해도 반나절이 걸릴 정도다.

거제에서 가장 먼저 모내기를 시작하는 사람도 윤씨다. 4월 중순 모를 내기 시작해 6월말까지 계속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를 끝내고 돌아서면 들녘은 벌써 누렇게 익어 있고 8월부터 조생종 벼 수확을 시작, 9월 중순 만생종까지 모두 거둬들인다.

윤씨가 트렉트로 수확한 벼는 곡물이송기를 거쳐 트럭에 실리고 곧바로 건조기로 이동, 몸을 말린 후 정미기를 통해 하루만에 쌀로 다시 태어나 알음알음으로 알고 연락해오는 단골 고객들에게 직접 배달된다.

비록 쌀 한 포대 일지라도 자신의 쌀을 믿고 찾아주는 고객들을 위해 배달에 나선다. 차 기름값을 따지면 타산이 맞지 않지만 자신이 수확한 쌀이니 맛있게 먹어만 줘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이다.

‘농약과 비료는 최소한 사용한 쌀이라야 밥맛도 좋다’라는 지론을 내세우는 윤씨지만 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모내기를 끝내면 곧바로 수확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농약 한 번 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벼가 잘 쓰러져 수확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 많은 양을 수확해야 하는 윤씨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농사가 힘들고 돈도 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자신만 부지런하고 열심히 한다면 꽤 괜찮은 직업이다”는 윤씨는 “자식들이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면 고맙게 생각하고 적극 밀어줄 작정”이라면서 “대규모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반자인 아내가 있고 분신과 같은 농기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해마다 수매량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쌀 전업농으로 선정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수확한 벼라도 우선 수매하는 등 후속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일관성 없는 농업정책을 지적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