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일본 동경에 오시치라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나이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집에 불이 난다. 그로 인해 집을 수리하는 동안 소녀의 가족들은 근처 절에서 살게 된다. 절에 있는 동안 소녀는 동자승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집수리가 끝나고 돌아왔지만 소녀는 동자승을 잊을 수 없었다. 이를 눈치 챈 부모가 소녀를 집에 가두어 버렸다.

그리움에 견디다 못한 소녀는 '집에 불이 나면, 다시 절로 피신할 수 있고, 그러면 소년을 만날 수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집에 불을 지르고 만다. 목조주택인지라 불은 빠르게 번져 손 쓸 사이도 없이 부모형제들이 모두 불에 타 죽었고, 불길은 도시를 덮쳐 무려 10만 명의 사상자를 내었다. 이 사건으로 소녀는 화형을 당한다. 그 오시치가 말띠였다.

1930년, 일본에서는 연인에게 집착하다 그를 살해하고 파멸한 한 여성의 사건이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 여인도 마침 말띠였다. 이런 이야기가 얽혀 말띠 여자는 바람기가 많고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이 일본사회에서는 만연했고,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로 건너와 우리 문화에서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말띠여자에 대한 편견이 생겼다.

우리 역사나 자료에 말띠여자에 대한 지금과 같은 속설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유교봉건사회였던 조선시대 왕후들 가운데 말띠여자가 여럿이 있다. 사주팔자나 궁합을 엄격하게 따졌던 왕실에서 말띠여자를 왕비로 간택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말의 상징은 활력과 건강이다. 탄탄한 근육과 잘빠진 체형, 거친 호흡까지 다이내믹한 기상을 그대로 나타낸다. 그래서 '포니(조랑말)' '갤로퍼(질주하는 말)' '에쿠우스(말을 뜻하는 라틴어)' 등 차 이름에 말이 많이 들어가고, 아직도 생산되고 있는 말표 흰고무신은 정겹기 그지없다.

말띠여자는 진취적이며 사회성이 좋아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는 스타일로 매력적인 사람이 많다. 말띠인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갑오년 말띠해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한 해를 열심히 뛴 말띠여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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