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선거문화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6·4 지방선거만 하더라도 선거 후 고소·고발된 사람이 4450명에 이르고 그중 2349명이 기소를 당했다. 고소·고발된 사람들을 크게 분류하면 상대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등 흑색선전 협의와 금품제공에 따른 협의인데 허위사실 유포가 금품제공으로 입건된 사례보다 많았다.

우리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만들었던 금품관련 사범이 줄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흑색비방전은 교묘한 방법으로 진화하여 참이 거짓 같고 거짓이 참과 같아 유권자들이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혼란에 빠뜨리고 만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선거문화가 대변한다. 따라서 선거문화는 그 지역 주민들의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5년 3월11일 시행되는 제1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는 6·4지방선거보다 더 지역적이고 이해관계가 명확한 선거다. 누구나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조합장선거 만료일 180일 전에 해당 농·축·수·산 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선거만 아니라면 같은 지역에서 자주 얼굴을 접하는 친근한 사람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친분이 두터운 사람에게 쏠리기 쉬운 선거가 바로 이번 조합장 선거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 선거보다, 국회의원 선거보다, 시장이나 의원선거보다 유권자는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우리 선거의 패턴은 후보자끼리 '정책선거'를 하자고 악수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한쪽이 상대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언론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쓰게 되고, 유권자는 그 말을 믿게 되고, 선거가 끝나면 고발을 취하하는 수순을 보여 왔다. 네거티브 선거의 가장 기초적인 전략이다.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도 더욱 풀뿌리에 해당하는 선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네거티브 전략의 차단을 위해 후보자보다 한 수 높은 전략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명선거라는 선거문화의 정착은 후보자의 자정과 의지가 필요하지만 그보다 선관위의 강력한 의지가 더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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