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리 편지 - 배유안 作

▲ 김보람(하청초6)
누군가 나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초정리 편지'를 추천할 것이다. 이 책은 세종대왕이 눈병에 걸려 초정약수마을에 머무를 때 있었던 아주 짧은 기간동안의 이야기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아주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종대왕이 아닌 장운이라는 평범한 인물이다. 다른 책은 비범한 인물들이 주인공이 돼 현실감이 떨어졌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장운은 나와 같은 평범한 인물이기에 더욱 끌렸다.

장운은 우연하게 세종대왕을 만났지만 처음에는 그냥 눈병 난 할아버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토끼눈 할아버지'라 부르고 잘 따르며 할아버지의 치료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운이라는 사람을 통해서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단순한 교훈을 주는 책이라 여겼지만 책 내용에는 내 생각을 뒤집는 엄청난 내용이 숨어 있어 읽는 내내 흥미진진 했다.

사실 이 내용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 하루는 자신의 치료에 지극정성을 보이던 장운에게 자신이 만든 새 글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평소 글을 모르던 장운은 새 글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신도 배울 것이 있다는 성취감에 하루하루 배움에 게으름이 없었고 세종은 장운이 쉽게 한글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 모든 백성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글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하루하루 즐겁게 글을 배우던 장운에게도 시련이 왔다. 집안의 빚 때문에 자신은 석공으로 일하고 누이는 다른 집의 종으로 팔려가게 된 것이다. 이 시련의 기간에도 장운과 누이는 배움을 멈추지 않았으며 서로 한글로 편지를 주고 받았고 그 편지가 바로 '초정리 편지'로 불리고 있다. 장운이 이 '초정리 편지'를 쓸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이 과학적인 문자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준 세종의 위대함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 책에는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장운처럼 훌륭한 스승을 믿고 배움에 정진하다보면 먼 훗날 누군가는 나를 기억하고 글을 쓰지 않겠는가? 나는 조용한 독백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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