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칼럼위원

▲ 이상복 칼럼위원
옥포 자향한의원장
흔히 가장 잘 알려진 보약으로 우선 공진단(供辰丹)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드라마에서도 종종 방영이 된 영향이 있을텐데요, 이에 뒤지지 않는 귀한 보약이 바로 경옥고입니다.

공진단에 대해서는 이미 이곳을 통해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경옥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옥고는 조선시대 최고의 의서인 허준(許浚)선생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보면 가장 처음으로 수록된 약입니다. 시기적으로 최초로 수록됐다는 의미가 아니고 '동의보감'에 수록된 수많은 처방 중에 책의 가장 앞머리에 나오는 처방으로, 이 처방은 원래 중국 명나라의 의서인 '의학입문(醫學入門)'에 처음 나왔습니다. 이후 많은 조선시대의 의서에 재수록돼 있어 중요성이 인정돼 왔습니다.

'동의보감'을 보면 가장 처음 나오는 부분이 '신형(身形)'편입니다. 그 중 '성(性)을 기르고 목숨을 연장하는 약과 음식(養性延年藥餌)'에 가장 앞서 소개되는 약이 바로 경옥고인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경옥고는 정(精)을 채워주고 수(髓)를 보하며 진기(眞氣)를 고르게 하고 양성(養性)하며 노인을 다시 젊어지게 한다. 모든 손상된 것을 보하고 여러 병을 없애 신(神)이 충족하게 되며 오장의 기(氣)가 차서 넘치고 흰머리가 검어지며 빠진 이가 다시 생기고 걸어다니는 것이 말이 달리는 것과 같아진다. 하루에 여러 번 먹으면 종일 배고프거나 갈증이 없는 등 그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동의과학연구소 역)

이 약은 뛰어난 효능 외에도 만드는 법이 특이하고 까다로운 것으로도 유명한데 만드는 법을 간단히 보면 인삼과 복령을 가루 내어 졸인 꿀과 생지황즙 약재와 잘 섞은 뒤에 사기항아리에 넣고 기름먹인 종이 5겹과 두꺼운 천 1겹으로 항아리의 아가리를 단단히 봉한 다음, 구리솥 속에 넣어 물속에 매달아 놓고 항아리의 아가리는 물 위로 나오게 하고 뽕나물 불로 3일 동안 끓입니다.

솥의 물이 줄면 더운물을 더 붓고 3일이 지나면 꺼냈다가 항아리 입구를 다시 종이로 밀봉한 다음 우물물 속에 하루 담가 두었다가 먼저 끓이던 솥에 다시 하루 달이고 물기가 없어지면 꺼냅니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약을 복용할 때도 지킬 것이 많은데 하루에 2~3회, 1회에 1~2숟가락씩 온수나 따뜻한 술에 타서 복용을 합니다. 복용 중에는 파나 마늘과 같은 매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대에는 경옥고를 보약으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도 오래된 만성 질환에 응용해 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도 '노채'를 치료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노채는 폐결핵과 같은 만성소모성 질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약은 음양을 모두 보하는 약이나, 음기(陰氣)를 보하는 효능이 더 뛰어나서 특히 노인분들의 보양에 더 좋습니다.

다만, 두루두루 적용할 수 있는 천하의 명방이지만 복용 시 주의사항과 약의 적합여부는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을 하시고 복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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