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지원단체 시의원 배정…공정한 의정활동 악영향 우려
의원 1명당 3.6개 위원회 참여…직무관련성 완전 배제 어려워

최근 서울시 등 지방의원들의 청탁과 이권개입 등이 밝혀지면서 '지방의회 행동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지방의원들에게도 청렴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해 도입된 것이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1년부터 청렴한 지방의원의 직무활동을 위해 지방의회별 행동강령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거제시와 거제시의회는 시행된 지 3년이 넘도록 지방의회 행동강령 제정에 뒷전이다.

지난 13일 시 관계자에 따르면 거제시 산하 90개 위원회 가운데 60%인 54개 위원회에 거제시의원 15명이 위원직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1인당 3.6개씩 위원회에 겹치기로 참여해 시의 각종 업무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이번 7대 의회는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7조에 따라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직접 관련 없는 각종 위원회에 의원들이 배정됐다"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따랐지만 의원들의 직무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시의회 일부 의원은 거제시도시계획위원회처럼 알짜 위원회에 배정받으려고 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 위원회 소속 민간 전문가는 "시의원들이 위원회에서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며 "이들의 입김이 위원회가 논의하는 사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7조는 지방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 및 공직유관단체의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경우라도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이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 등에 대해서는 심의ㆍ의결을 회피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 측은 지방의원들의 특별위원회 심의·의결 회피를 의무화한 대통령령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이를 그대로 따를 경우에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대통령령에서도 시의원의 위원회 참여 자체를 원천적으로 제한하지 않았고, '직접 직무 관련성'에 대해 유권해석이 명확히 내려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거제시의회는 거제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 단체의 각종 위원회에 시의원들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늘푸른21시민위원회, 제20회 시민의날 기념행사 추진위원회, 거제시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회, 거제시지역아동센터위원회 등에 배정된 7명의 의원들은 이 단체의 의사결정이나 사업집행 등에 실제 관여하게 된다.

이는 지방의회의원은 당해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거래를 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한 시설이나 재산의 양수인 또는 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35조 제5항을 위반한 것이다.

지난 14일 법제처 관계자는 "사회단체의 보조금 등을 포함한 예산을 심사·의결하는 지방의원이 해당 단체의 관리인을 겸직함에 따라 공정한 의정활동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은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해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금지 △인사 청탁 금지 △직무와 관련된 위원회 활동의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의원들의 부당이득 수수금지를 위해  △이권 개입 금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제한 △금품 등을 받는 행위 제한 등을, 건전한 지방의회 풍토 조성을 위해 △영리행위의 신고 △금전거래 제한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행동강령 제정에 소극적인 데는 의원들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전부란 지적이다. 겉으로는 이미 제정된 '윤리강령'의 중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보다 더 엄격한 행동강령이 자칫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것을 염려하고 있는 눈치다.

현재 시의회는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의회 운영에 관한 조례' 및 '의회 회의규칙' 등으로 의원의 윤리강령, 윤리실천규범, 징계 등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규정들이 추상적이어서 자의적으로 적용될 소지가 높고, 의원들로 윤리위원회가 구성되다 보니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각종 구설에 연루되고도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의원들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지역 정가에 정통한 한 정치인은 "예산을 목적 외 사용하거나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경우 공무원은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면서 "지방의원 역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적용받아 이에 상응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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