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창사 40주년, 혁신에 혁신 거듭하며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 우뚝
1990년 초 중형조선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 제3도크 건설로 세계 진출 교두보

불혹(不惑). 마흔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지역경제의 큰 축으로,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선봉장으로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올해로 창사 40주년을 맞았다.

1972년 말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적극 호응하며 세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화학공업 진출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따라 1974년 8월5일 삼성중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됐고 조선소 건설이 추진됐다. 그러나 중동전쟁으로 야기된 1차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급속하게 침체됐고 그 여파로 세계 조선업계도 선복량 과잉과 함께 동반 침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세계 조선시황이 호전될 때까지 2~3년간 조선소 건설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先(선) 기계공업 後(후) 조선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산업기계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이후 1977년 4월 삼성조선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삼성의 조선사업은 본격적인 출항을 하게 된다.

현재의 삼성중공업은 사업내용과 설비 등에서 유사한 중공업 계열 3사를 통합함으로써 탄생했다. 1983년 1월1일 삼성중공업이 삼성조선과 대성중공업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현재 10월9일인 창립기념일은 중공업 계열3사 통합과정에서 정해졌다. 세 회사의 창립 시점이 모두 다르다 보니 창립기념일을 새로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1982년 10월19일 세 회사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3사 통합을 결의한 것을 계기로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삼성중공업은 유조선, 벌크선 등을 건조하는 중형 조선소에 불과했다. 연간 건조능력은 약 12척, 60만GT.

그러나 1994년 10월 삼성중공업은 길이 640m, 폭 97.5m, 깊이 12.7m의 세계 최대 규모인 제3도크를 건설했고 이를 통해 연간 건조능력 30척, 180만GT의 세계 3대 조선소로 급 부상했다.

3도크 건설로 삼성중공업은 원가 경쟁력을 10% 제고하고 건조 선박을 다양화함으로써 드릴십, LNG선, FPSO 등 고부가가치선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같은 설비 확장은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조선시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조선대국 일본을 추월한다는 목표 아래 진행된 것이다.

당시 세계 최대의 조선국이었던 일본은 생산인력 노령화와 엔고(高)로 경쟁력을 잃고, 80년대 이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로 건조 능력을 축소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국 조선업계에 있어서는 당시가 과감한 설비확장을 통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3도크 건설 이후 LNG선, 드립십, 여객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1996년 8월에 LNG선, 1996년 10월에는 드릴십, 1998년 10월에 여객선을 처음으로 수주했다.

특히 드릴십의 경우 1호선 건조를 완료한 1998년에 세계 발주량의 절반을 수주하며 이 분야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20세기 삼성중공업을 빛냈던 6대 프로젝트

1979년 삼성중공업은 배를 짓는 데 필수인 도크를 처음 만들었다. 그러나 선박 수주는 쉽지 않았다. 선주들이 초보 조선소를 선뜻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한 척을 수주할 때마다 임직원 모두가 환호했다. 살아남기 위해 낯선 배에 함께 달려든 것이었다.

높기만 했던 벽들을 하나씩 넘어가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조금씩 성장했다. 배 한척 한척이 피땀 어린 추억을 남기고 조선소를 떠났다. 선박 수리 사업을 하지 않기에 한번 나간 배는 제 고향을 찾는 일이 드물었다. 그렇다면 그 시절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던 배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20세기 삼성중공업을 빛냈던 프로젝트 6개를 골라 따라가 본다
 
석유시추보급선으로 뗀 첫 발걸음(1980)

1980년 6월 삼성중공업은 호주 벌크십사에 석유시추보급선 '스미트 로이드 118(SMIT LLOYD 118)'을 인도했다.

같은 해 8월 인도한 '스미트 로이드 119(SMIT LLOYD 119)'와 더불어 삼성중공업의 이름이 새겨진 첫째·둘째 선박이었다. 두 선박은 지금도 노익장을 뽐내고 있다. '스미트 로이드 118'은 이후 '머스크 헬퍼(MAERSK HELPER)', '스카우트 피쉬(SCOUT FISH)' 등을 거쳐 '산자르(SANJAR)'란 이름을 새로 받아 중앙아시아 내륙의 카스피 해에서 운항 중이다.

동생 같았던 '스미트 로이드 119' 역시 '머스크 핸들러(MAERSK HANDLER)' '파일럿 피쉬(PILOT FISH)' '카랑귀(CA RANGUE)' 등 많은 이름을 거쳤다. 지금은 '메가 원(MEGA ONE)'이란 이름을 받아 지중해를 누비고 있다.

세계적 조선소로의 발돋움, 하팍로이드 컨테이너선 프로젝트(1982~1991)

1982년 삼성중공업은 독일 하팍로이드사의 22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당시 조선 최강국이었던 일본 조선소와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성과였다. 두 회사의 인연은 10년 가까이 이어져 1991년에는 4400TEU 파나막스급 '하노버 익스프레스(HANNOVER EXPRESS)'를 낳았다.

'하노버 익스프레스'는 인도 후 극동과 유럽항로에 취항했다. 지난 2007년 이름을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에게 물려 줬지만 은퇴는 아직이다. '하노버 익스프레스'는 새 이름인 '키엘 익스프레스(KIEL EXPRESS)'를 받아 지금 이 순간에도 태평양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더 넓고 깊은 바다로! 최초의 FPSO 'GRIFFIN VENTURE'(1993)

1993년 11월 삼성중공업은 호주 BHP사에 '그리핀 벤쳐(GRIFFIN VENTURE)'를 인도했다. 최대 8.5노트의 자항능력을 갖춘 이 FPSO는 '마린로그' '마리타임 리포터' '네이블 아키텍츠' 등 세계 유수의 전문지에서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핀 벤처'는 1994년부터 호주 북서부의 그리핀 유역에서 하루 8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지난 2012년 싱가포르의 수리 조선업체인 케펠조선소는 어느덧 20년차가 된 이 FPSO의 개조 계약을 따냈다. 이후 '그리핀 벤쳐'는 '아마다 클레어(Armada Claire)'란 새 이름을 받아 말레이시아 부미 아마다사가 호주 시장에 진출하는 선봉장이 됐다.

새로운 가능성, 드릴십 'DEEPWATER PATHFINDER' (1998)

작은 석유시추보급선을 만들던 삼성중공업은 20여년이 지나 신개념 석유시추선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1998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드릴십 '딥워터 패스파인더(DEEPWATER PATHFINDER)'는 역대 최대 크기의 해양유전개발 선박(10만3000톤급)이었다.

코노코사와 R&B사의 컨소시엄에서 발주한 이 드릴십의 가격은 2억4000만 달러로 당시까지 국내에서 건조된 선박 사상 최고가였다. 드릴십이 삼성중공업의 상징으로 자리잡는 동안 '딥워터 패스파인더'는 지구 반대편의 멕시코만에서 시추 작업에 몰두해 왔다.

또 하나의 고부가가치선 LNG선 'SK SUPREME' (2000)

삼성중공업 최초의 LNG선 '에스케이 수프림(SK SUPREME)'은 당시 세계 최대 적재량(13만8200CBM)을 자랑했다. 2000년 1월 SK해운사에 인도된 이 선박의 선가는 2억2000만 달러로 당시 유행하던 5500TEU급 컨테이너선 4척과 맞먹었다. '에스케이 수프림'은 인도 후 극동항로에 취항하면서 지금까지 동아시아 바다를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바다는 넓고 할 일은 많다! 해양개발선 'SAIBOS FDS' (2000)

'사이보스 에프디에스(SAIBOS FDS)'는 삼성중공업이 국내 최초로 건조한 다목적 해양개발선이었다. 1998년 이탈리아 사이보스사로부터 8000만 달러에 수주한 이 선박은 최대 2000m의 수심에서 송유관 가설과 플랜트 설치가 가능했다. 2000년 선주사에 인도된 사이보스 에프디에스는 현재 브라질 동부의 론카도르 광구에서 작업하고 있다.

ISO14001 및 OHSAS 18001 인증까지

ISO14001은 국제표준규격답게 심사의 전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로이드에서 파견된 심사원의 주도 아래 예비심사·본심사·최종심사에 이르기까지 설계부서부터 생산·지원 등 회사 내 모든 부서가 심사를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환경경영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최고 경영자의 의식과 지원부문에서 100점을 받으며 'ISO14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1996년 1월12일 품질경영시스템인 ISO9001을, 같은해 8월16일 환경경영시스템인 ISO14001, 그리고 2001년 5월4일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 OHSAS18001 인증까지 취득함으로써 세계 조선업계 최초로 3대 국제규격 공인인증을 받는 조선회사가 됐다.

2012년에는 기업의 에너지절감을 위한 계획·실행·운영 등에 관한 국제표준인 에너지경영 'ISO 50001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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