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칼럼위원

▲ 이준호 향기로운치과 원장
치아를 빼고 나서 수개월 이상 방치했을 때 아래 그림과 같은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공간·시간·힘' 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주어진다면 치아는 움직이게 되는데,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치열교정'이라고 하죠. 반대로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이동되는 것은 부정교합의 발생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부정교합-치아상실 후 치열의 변화'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린이(유치)와 어른(영구치)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데 각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린이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유치의 조기' 상실은 부정 교합의 흔한 원인 중 하나이므로 초등학생 아이를 가진 부모님이라면 자세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유치는 모두 20개가 있는데 그 중 8개는 어금니(유구치)이고 12개는 앞니(유전치)입니다. 유전치의 경우 조기 상실되더라도 옆의 이가 쓰러져서 공간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구치 상실의 경우 아래 그림처럼 치열의 변화가 반드시 일어납니다. 성인과는 달리 어린이의 치열은 무척 빨리 움직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유구치를 빼고 나서 한 달 만에 옆의 이가 쓰러져서 새로 올라오는 영구치가 삐뚤해지기도 합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원래 탈락해야 하는 시기보다 수 개월 이상 일찍 유치가 빠진다면 후속 영구치는 삐뚤해진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유치가 많이 썩어서 제 때보다 빨리 뽑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부모님도 간혹 계십니다. '어차피 뽑고 새로 날 이잖아요'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조물주는 허술하게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치를 포함해 인체기관 중 쓸모 없는 것은 없답니다. 우리가 간수를 제대로 못해 제 수명보다 빨리 우리 몸에서 없어질 뿐이지요. 아시다시피 부정교합이 발생하면 교정치료를 통해 정상교합으로 되돌릴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돈과 시간을 지불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우리 아이들이 겪을 고통을 줄여줄 수 있겠지요.

어른들은 치아 상실 후 치열 변화 양상이 어린이들과는 다소 다릅니다. 대개는 이를 뽑고 나서 수 개월에서 수 년이 지나야 옆의 치아가 쓰러집니다. 수 개월과 수 년은 몇 배의 차이가 있지요?

그렇습니다. 사람마다의 치열 변화 속도는 몇 배의 차이가 있습니다. 교합(위-아래 이의 맞물림)이 좋고, 씹는 힘이 세신 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치열변화가 느린 편입니다. 치아가 이동하려고 하면 씹는 힘 때문에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데, 씹는 힘이 셀수록 원래대로 잘 돌아오기에 치열의 변화가 적은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씹는 힘이 약하거나 원래부터 부정교합이 있어서 위·아래 맞물림이 좋지 않으셨던 분들은 이를 빼고 방치할 경우 옆의 이가 더 잘 쓰러지게 됩니다.

부정교합이 있으면 이가 더 잘 썩고, 잇몸병이 더 잘 생겨서 이를 뽑을 확률이 더 높은데, 그런 분들은 치열마저 더 빨리 망가지니 설상가상이지요.

더군다나, 치열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몇 개의 치아만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도미노처럼 옆의 치아들도 하나씩 하나씩 쓰러지게 됩니다. 이를 빼고 난 뒤 방치한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그 만큼 되돌리기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치아는 한 번 나빠지면 원래의 좋았던 상태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명의가 치료한다 하더라도 이전 보다는 못한 상태가 됩니다.

이 점 기억하시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시길 바라며, 혹시라도 이미 나빠졌다면 더 나빠지기 전에 예방한다는 생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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