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브랜드 경합도 높은 자동차 "글로벌 가격경쟁력 악화"
조선업계 "일본과 직접 경쟁은 중국, 당장의 영향은 적어"

엔저 현상 속에 국내 수출기업들의 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간 수출 업종인 자동차와 조선업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브랜드와의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업계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반면 조선업계에서는 당장의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1달러에 108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일본 엔-달러 환율은 지난 7월10일 달러 당 101.25엔에서 불과 70일 만에 109.04엔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70일 만에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8%나 추락했다.

이는 자동차, 조선 등 수출 업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일본 브랜드와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과의 전체 품목 수출 경합도는 지난해 기준 0.5였다. 수출 경합도는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이중 자동차는 지난해 수출 경합도가 0.71에 달해 엔저 현상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실제로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도요타와 닛산 등이 파격적인 판매수당 인상 조치에 나서면서 현대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 7월 8.3%에서 8월 7.9%로 떨어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조선업계는 아직까지 엔저의 파고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 점이 다행이다. 일본과 직접 경합하는 선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 조선업체들은 유조선과 벌크선에서 주로 중국 조선업체들과 경쟁을 많이 한다"며 "엔저 현상이 한국 조선산업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선종은 한국의 주력 선종이 아니어서 엔저로 확보된 일본 조선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에 딱히 밀릴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빅3 조선업체의 주력 선종은 중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인데, 일본 조선업체들에 비해서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유지하고 있어 엔저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 조선사들이 수주하고 있는 중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은 일본 자국내 선주가 발주한 물량이 대부분이어서 한국 조선사들과 직접 경쟁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엔저의 영향에서 조선업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엔저가 시작된 지난 2012년 이후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업체가 수주해야 할 배를 일본에게 빼앗긴 사례가 없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 조선업체들이 확보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조선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른바 일본 조선산업의 부활에 대한 우려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산업구조조정과 엔저 효과에 힘입어 일본 조선산업이 부활할 조짐"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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