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거제시장 취임 100일을 앞두고

▲ 취임 100일을 앞둔 권민호 거제시장(사진 왼쪽)이 본지 윤일광 논설위원과 지난 22일 대담을 갖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일광= 시장 취임 100일이 다 돼 간다. 앞선 4년 동안 기반을 잘 마련해 앞으로의 4년도 무리없는 시정을 펼칠 것이라 기대한다. 지난 지방선거의 공약 중 특히 강조하고 싶은 공약은 어떤 것이 있나? 

▲권민호= 공약은 시민이 필요로 하는 것이고 거제시의 성장동력을 키워 앞으로 먹고 살아가야할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시민들은 도심의 주차난 문제, 도로교통의 문제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문제점 해소에 나서고자 한다.

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양정동에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를 겸하는 시설을 갖춘 종합복지시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부족하다.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은 일반인의 시설과는 다르다. 직접 이동할 때 동선의 문제, 운동과 배움의 터, 일자리를 만들어 생산해 내는 명실상부한 장애인센터를 만들자는 것이 공약이었다.

멀리보고 진행해야 할 문제에는 사곡해양플랜트 특화산단이 있다. 국가로부터 특화산단 지정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진행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국가산단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하는 등 일련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관광산업 측면에서는 장목관광단지, 한화리조트 사업 등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심도의 경우 소유권 이전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방부,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연계돼 있어 쉽지가 않다. 현재 거제는 조선해양플랜트 산업도시로 조선해양경기가 휘청하면 지역경제가 몸살을 앓는 불안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수려한 자연경관을 활용한 관광산업 비중을 높이기 위해 케이블카 설치 등의 관관인프라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유치 등의 절차를 밟고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빠른 진행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윤일광= 일부 시민들이 '거제시장은 일만 벌인다'는 말들을 한다. 

▲권민호=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억울한 점이 있다. 지금까지 시민의 혈세나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한 사업은 거의 없다. 행정력을 이용하는 지혜를 짜내 시민의 재산 가치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의 경우 시민의 삶의 질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지역도심은 그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로 주차장이 부족하고 교통 혼잡이 극심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생활공간에서 여유를 찾아야 하는데도 그렇지가 못하다. 땅값이 비싸 공원이나 제대로 된 문화시설이 없다. 민간의 힘을 빌려 거제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는 도시기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고현항 재개발사업의 목표다.

사업부지에 상업지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거제시의 재정이 넉넉하다면 상업지나 아파트 부지를 둘 필요가 없다. 필요한 항만시설과 공원시설·도로·공공 주차장 등만 조성하면 된다. 다만 민간이 투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투입된 사업비만큼 민간사업자가 회수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8~10%의 이윤을 거제시가 가져가는 구조다. 그래도 50%의 공공부지를 거제시가 얻게 된다.

또 거제시 재정으로 공공부지에 조성해야하는 도로 등을 민간유치로 해결해 시민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옥포도심 인근 3만평의 부지를 매입한 뒤 경찰서와 소방서 등이 들어서는 행정타운을 건설하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돌과 흙을 고현항 매립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민안전과 관련된 문제 역시 고현항 재개발사업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투자대비 효율성을 놓고 실익이 없다면 거제시 재정으로 무모한 사업을 벌인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지혜를 짜내 시민들의 재산 가치를 높이고 시민혈세가 투입되는 부분은 철저히 챙겨서 진행하고 있다.

△윤일광= 고현항 재개발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권민호= 고현항 재개발사업을 간결하게 정리한 홍보물을 만들어 시민에게 배포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행정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반대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시민들이 많다. 고현동과 상문동에 땅과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고현항이 매립되면 재산가치가 떨어진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에 현혹돼 동조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고현항 재개발을 반대하는 논리대로라면 도시를 키우면 안 된다. 그러나 도시가 커지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재산가치도 같이 상승할 수 있다. 부산으로 상권이 빠져나간다고 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낡은 도시에만 집착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이해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생각이다.

△윤일광= 현재 거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권민호= 첫째는 사람이다. 시민의식이 너무 떨어져 있다. 소득 3만불의 부유한 도시라고 하지만 어느 누가 선진일류도시라고 말할 수 있겠나. 기초질서의 문제도 있지만 문화와 복지 등 선진일류 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짜임새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부족한 부분은 하나하나 보태가면서 소득과 더불어 높여 나갈 수 있지만 정작 땅에 떨어져 있는 시민들의 기초질서 의식 때문에 무법천지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불법 주정차, 산과 들에 버려진 쓰레기 등을 보면 과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제는 시민과 지역사회를 이끌고 가는 지도자들이 함께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다.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아 대시민도시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걸림돌은 거제의 지형적 특성이다. 산지가 71%나 되고 사람이 많다 보니 행정이 땅을 사 사업을 하려해도 비싼 땅값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원이나 문화시설을 만들려고 해도 재정이 따라가지 못해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윤일광=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생각은 

▲권민호= 도시인구를 농촌지역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높일 수 밖에 없다. 전체 인구의 80%가 도심지에 쏠려있는 현실에서 적절한 인구분산은 꼭 필요한 사안이다. 지형적 특성 때문에 인구의 도심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양질의 땅이 많이 있다.

명진터널이 건설되면 도심으로의 이동시간이 단축되고 도농교류도 수월해질 것이다. 명진터널은 이미 설계에 들어갔고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착공될 것이다.

△윤일광= 300만원대 아파트 건설사업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권민호= 가난하게 살다 보니 가난한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평생 새집에서 살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현재 설계에 들어간 상태다. 300만원대 아파트는 분양이 아니라 30년 이상 살 수 있는 소형 영구임대주택으로 계획하고 있다. 벌이가 부족한 사람들이 분양을 받았다가 집을 팔아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300만원대 아파트에 입주한 이들이 돈을 모아 새집으로 옮기면 또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

△윤일광=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데 어떻게 착안하게 됐는지  

▲권민호= 발상의 전환을 하면 된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혜라는 식의 언론보도가 있었다. 건축물을 지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용도지역은 모두가 행정에서 이름붙인 것이다. 그렇다면 용도지역을 정할 때 상업지로 정한 곳도 특혜라고 매도 할 수도 있다.

300만원대 아파트 건설사업의 경우 꼭 필요한 상황에 놓인 만큼 행정이 분명한 계획을 세워 용도지역을 풀어준 것이다. 거제시도시계획을 통과한 사안을 두고 특혜라고 하는 것을 옳지 않다. 현재 정부에서도 유휴지나 철도부지 등을 활용해 행복주택을 건설한다고 한다. 현 대통령의 공약보다 4~5년 앞선 것이다. 이 사업이 성공한 모델이 된다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일광= 해양플랜트 특화산단의 국가산단 지정은 어떻게 돼가나 

▲권민호=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없다보니 대우와 삼성에 관련된 중소기업들이 밖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일찌감치 산업단지를 만들었다면 거제시의 인구가 35만은 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됐다면 국회의원 수도 늘었을 것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시정을 책임졌던 분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힘을 보탰다면 산업단지가 조성돼 수많은 중소기업이 지역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100만평 정도의 규모로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산업단지를 만들 수 있는 곳은 현재 사곡밖에 없다. 사곡만이 적지로서 잘 준비해 추진하면서 특화산단에 지정됐다. 국가산단 지정을 요청하고 있는 이유는 바다를 매립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 인허가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해결하기 위함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교류하며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일광= 대규모 산단조성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권민호= 알고 있으면서 행하지 않는 것은 시장의 직무 유기다. 그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에 꼭 해야 할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고현지역에 교통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송정~문동간 국가지원지방도 58호선 건설에 매달렸다.

그 결과 2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이 결정돼 내년 6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시장을 다양한 노력을 단지 너무 많은 일을 벌인다고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해양플랜트 산단 역시 시민혈세를 사용하지 않고 미래 먹거리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일이다.

△윤일광= 마지막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권민호= 나 혼자만의 힘으로 거제시장이 된 것이 아니다. 투표를 통해 선출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대한 인식이 더 오래 각인돼 있어 힘든 부분이 있다. 사심을 버리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시정을 이끈다고는 하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 고현항 재개발사업과 300만원대 아파트 사업 등 일련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민 모두가 박수치고 환영하지 않다보니 크고 작은 목소리가 나오고 또 거기에 뭔가 의혹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삼성협력업체 기숙사 건립의 경우 일반적인 조례사항을 벗어나 유연하게 허가를 준 것도 있다. 민간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기업을 통해 먹고사는 도시이다 보니 손톱 밑의 가시를 빼준다는 심정으로 허가를 하기도 했다.

역대 시장들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공직자 모두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청렴하고 정직하게 근무하고 있다. 수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한 점 의혹을 받을 만한 일을 만들지 않았고 또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 현재 거제시는 엄청난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이 일들이 잘 마무리 된다면 거제시가 한 단계 발전하는데 큰 디딤돌이 될 것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혼자 밤잠 설쳐가며 일을 하면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내게 주어진 임기 동안 25만 거제시민의 삶이 내 두 어깨에 걸려 있다는 사명감으로 죽을힘을 다해 일하고 있다. 모든 일은 혼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좋게 생각해주고 시장과 공무원을 믿고 힘을 보태면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다. 시장에게 더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다면 더욱 힘을 내 거제 미래 발전을 위해 매진해 나가겠다.

<대담: 윤일광 논설위원/정리: 배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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