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지난주 실시된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묻는 찬반투표가 55:44로 반대쪽의 우세로 마무리되면서 스코틀랜드집권당인 SNP(Scottish National Party) 당수이자 자치정부 최고 책임자인 알렉스 사몬드가 주도한 307년만의 독립시도는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비록 분리독립은 실패했지만 막판까지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찬반 양론의 모습을 보면서 잉글랜드 정부는 더이상 스코틀랜드를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점에서 독립론자들이 완패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은근히 경고됐던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나 경제적 불안정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가졌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실리를 챙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번에 갈등양상을 보인 앵글로색슨과 노르만족에 뿌리를 둔 잉글랜드와 달리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의 후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켈트족은 기원전 600년경, 이베리아인을 몰아내고 영국 섬의 주인이 됐는데 이후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다가 5세기경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6세기 무렵부터는 독일지역에서 대거 이주해 온 앵글로색슨에 밀리며 다시금 고난을 겪게 되는데, 스코틀랜드의 지정학적 위치가 밭트해 인접 왕국들과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해상무역의 요충지이다 보니 끊임없는 외침을 숙명처럼 받아야 했던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1707년, 스튜어트 왕조의 연합조약으로 지금처럼 한 국가가 될 때까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남북으로 갈려 수백 년간 치열한 다툼의 역사를 겪었다. 오죽하면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축구시합을 하면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프랑스 편을 든다고 할 정도이니 스코틀랜드의 잉글랜드에 대한 피해의식과 민족감정의 골은 상상 이상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번 투표를 바라보면서 같은 민족이면서도 두 체제의 국가로 나눠져 있는 우리의 입장에선 또다른 물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멜 깁슨이 보여줬던 독립에 대한 염원이나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숀 코너리가 독립 전에는 고국 땅을 밟지 않겠다며 "새 나라를 건립하는 것보다 더 창의적인 예술은 없다"라고 했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비장함이 왠지 통일과 독립이라는 정반대의 가치에서도 자기정체를 찾으려는 동질성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렇듯 고난과 저항으로 점철된 스코틀랜드의 수도는 당연히 런던이 아닌 에든버러(Edinburgh)이다. 스코틀랜드는 골프와 스카치위스키 그리고 민속악기인 백파이프와 전통의상 킬트 등 고유한 색채가 베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도 에든버러에는 에든버러성이 있는데, 이 성은 당연히 군사적 목적으로 축조되어 견고하기 이를 데 없고 시가지가 사방으로 내려다 보이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랜드마크라 불러도 이리저리 손색이 없는 건축물이다.

더구나 이 성을 중심으로 에든버러페스티벌이 펼쳐지니 유럽의 유명 도시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도시도 여름 한 철 관광객으로 도시의 일년 농사를 다 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단위축제와 부대행사 등으로 에든버러페스티벌을 세계 최고라고는 하지 않지만 최대라고 하는 데는 많은 이들이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 수준도 상당하지만.

무엇보다 이 축제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군악대 연주(Military Tattoo)와 프린지(Fringe)페스티벌 때문일 것이다. 특히 프린지공연은 '난타'나 '점프'같은 우리 작품들이 유명세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에 더욱 친근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프린지는 원래 '주변부'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에든버러축제의 공식공연에 초대 받지 못한 공연자들이 '로열 밀러'거리에서 자발적으로 벌이는 마이너들의 향연에서 비롯됐다.

초대받지 못한 비주류로서 길거리에서 직접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스템 자체가 항상 신선하고 감동 있는 반전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공식공연보다 프린지가 더 유명한 축제가 됐고 최고보다 최대로 표현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너무 스코티쉬해 보이는 도시 에든버러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전 세계에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공연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투표를 앞두고 "우리가 함께 건설하고 수많은 멋진 일을 함께 해온 대영제국의 가족이 찢어져 나간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라고 말했단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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