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효정(25·아주동)
몇 년 전 방영 돼 파스타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가 있었다. 티격태격 하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가슴 떨리기보다 복잡한 주방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다양한 파스타에 가슴이 설렜다.

꼬들꼬들한 면발을 호로록 삼킬 때의 그 느낌, 인삼을 우유에 졸여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저 파스타의 맛은 어떨까? 이 호기심들이 나를 파스타의 세계로 안내했으며 '보통날의 파스타'는 친절한 가이드가 돼 줬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날의 외식 메뉴이던 파스타가 이탈리아에선 아주 자연스럽고도 평범한 음식이란다. 우리의 김치찌개나 콩나물국이 자주 식탁에 올라도 뒤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평범하지만도 않은 것이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에 어울리는 조리법과 소스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가는 면의 파스타는 금방 열기가 식어버리기 때문에 열손실 속도를 늦춰줄 수 있는 오일소스가 어울리고, 반대로 굵은 면의 파스타는 크림소스나 토마토소스가 제격이라는 것. 소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아진 면의 상태다.

가장 좋은 식감의 '알덴테' 상태로 삶아주는 것이 포인트다. 물과 면의 양, 화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 7~8분 사이로 삶는 것이 좋고 잘려진 단면에 머리카락굵기의 심이 남아 있는 상태가 바로 그것.

이 책을 읽으며 호기심을 채워가던 나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인터넷 요리 강좌를 통해 식재료나 파스타의 종류, 조리법을 찾아보게 됐고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책의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해산물이 곁들여진 페스카토라 크레마를 처음 먹던 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비 오는 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맛보는 파스타. 해산물의 감칠맛이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에 녹아들어 꼬들한 면과 만나 입안에서 구르는 이 황홀한 순간.

그 후 비가 오면 사람들은 따끈한 전에 막걸리를 떠올린다지만 나는 크림이 뽀얗게 덮인 크림스파게티가 그렇게도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도 파스타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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