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호주의 수영 영웅 이안 소프가 커밍아웃(coming out)을 선언했다.

세계신기록을 무려 22차례나 갈아치웠고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수십 개의 메달을 휩쓸며 남성미와 건강미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터라 사뭇 이 커밍아웃이란 게 도대체 뭔지 궁금해진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을 커밍아웃이라 하며 강제로 성정체성이 밝혀지는 것을 아우팅(outing)이라 한다.

성적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각 특징의 이니셜을 따서 LGTB로 간결하게 정리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인데, L은 여성동성애자인 레즈비언(lesbian), G는 남성동성애자인 게이(gay), T는 본인의 육체적 성과 정신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로써 동성애와는 구별되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지칭한다. 마지막으로 B는 양성애자(bisexuality)를 가리킨다.

젠더(Gender)는 생물학적 의미의 성(性)인 섹스(Sex)와 구별되는 사회적 성(性)을 의미하고 있는데, 특히 1995년 북경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여성대회 이후 성적차별이 전제되지 않은 젠더가 새로운 성의 구별 방식으로 섹스를 대신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동성애가 호르몬의 부조화나 유전자 등 생물학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이론도 있고, 프로이트처럼 심리의 발달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의 결과로 보기도 하지만 아직은 딱히 특정한 요인으로 결론짓기는 어려운 듯하다.

19세기 말부터 동성애자의 권리운동이 시작되어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떠오른 것은 20세기 후반부터이다. 미국에서는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간주하다가 1973년 정신질환의 목록에서 삭제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변화로 인해 동성애는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로 용인받게 되어 네덜란드, 벨기에 등 몇몇 국가에서는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 됐다.

미국의 경우 매사추세츠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10여 개의 주에서 동성애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얼마전 유명인들이 동성결혼식을 올리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곳에서 이런 성소수자들의 축제가 펼쳐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홍대 근처에서 이른바 '퀴어문화축제'라는 페스티벌이 개최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올해는 지난달 신촌으로 장소를 바꿔 치뤘고 내년엔 시청광장으로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방에서도 지난주 대구에서 퀴어축제가 벌어졌는데 이에 반대하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보수단체들과의 충돌로 지금까지 논쟁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퀴어(Queer)는 원래 '이상한, 기묘한'이란 뜻으로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을 비하하고 모욕줄 때 쓰던 말인데, 1980년대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과정에서 당당한 단어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대학에서 역사학, 문학 비평, 사회학, 철학, 예술사, 음악학, 문화 연구 등에서 '퀴어이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최신문화 동향이다.

1980년대 이전의 동성애자 운동이 '단지 사랑하는 사람의 성이 다를 뿐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와 다르지 않다'라며 '동일성'을 강조했다면 새로운 퀴어 이론은 오히려 '차이'에 더 중점을 둔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보면 '차별의 아이콘'으로 '평등'이라는 인류사적 가치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축제를 통해 좀 가볍고 대중적으로 용인받아 보고자 하는 기획의도가 있어 보이는 퀴어축제가 축제로서 얼마나 퀴어한가에 대해선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게 현재까지의 진단이다.

사랑할 권리를 부르짖는 레인보우퍼레이드가 그야말로 사랑스러워 보일려면 동성애와 이성애를 초월해서 보편적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축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8월에 방한한다고 한다. 남북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현안과 관련해 명쾌하고도 따뜻한 말씀에 기대하고 있지만 "신이 동성애자들을 차별하겠는가?"라는 말을 남긴 그의 "사랑할 권리'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가까이서 듣고픈 성소수자들의 바램도 더 부푼 가슴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가 누구든 더 사랑해야하고 퀴어축제는 더 퀴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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