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트 에코 作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지성파 작가인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등으로 유명한 움베르트 에코의 책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제목부터 눈길을 잡아끈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천재인 움베르트 에코는 얼마나 고달픈 삶을 살아갈까. 그 천재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거의 다 바보처럼 보일테니까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세상의 바보들이 갖는 삶의 편안함을 놓치고 있는 움베르트 에코야 말로 바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이러한 생각은 깨지기 시작한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천재임에는 틀림없는데, 그의 진정한 천재성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 웃으면서 화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웃으면서 화를 낸다는 표현은 그의 과장과 유머가 가득한 독설을 통해 실현된다.

이런 방법으로 세상의 은폐됐던 허구와 거짓들, 바보같은 관습들이 움베르트 에코는 이 책에서 신안상품을 구매하는 방법을 바보같은 신상품에 대한 날카로운 비웃음으로 표현하고, 축구 이야기를 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획일성에 중독된 사람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또 셰틀랜드의 가마우지를 가지고 특종기사를 만드는 방법을 통해 환경오염만큼 우스운 마음의 오염을 지적하고, 시간을 알지 못하는 방법을 논하며 본질을 벗어난 허구에 대해 질책한다.

이 책은 최소한의 일기 형식을 지키면서 자유로운 문체로 다양한 내용의 글을 펼쳐낸다. 소설 기법, 수필 기법, 공상 과학 소설, 우화, 혼성 모방 등 여러 가지 기법을 동원한다. 현대 생활에 대한 해학적인 고찰과 문학적인 패러디와 환상적이고 황당무계한 잡문들로 채워진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하지만 이 책의 기저에는 현대 문물에 대한 움베르트 에코의 기호학적인 해석이 도도히 흐르고 있으며 이를 간파할 때 이 책의 재미는 더욱 배가된다. 세상이 돌아가는 삐딱한 원리에 관심이 많고 이런 것들을 비아냥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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