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국무총리 한 사람을 세우는 일이 나라를 세우는 일만큼 힘들어진 세상이다. 압축성장의 그늘에서 개인도 덩달아 고속질주를 한 탓인지, 웬만하면 딱지 한둘쯤 떼며 살아 온 것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반화되어 있는 듯하다.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의 주인공처럼 멸사봉공하는 지도자를 찾기란 정말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된 것인가.  

오케스트라를 곧잘 조직에 비유하곤 한다. 각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무대라는 오픈된 공간에서 숨김없이 보여 준다는 점에서 개인과 조직의 허실을 살펴보기 매우 용이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이라는 완성된 결과물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객석에서 오케스트라를 평가하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다.

오케스트라는 고대 그리스의 원형극장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원형 야외극장 둘레에 반원을 약간 넘는 계단식 객석이 둘러져 있고 원둘레와 접선으로 배우들이 등장하는 '스케네(skene)'라는 무대가 있었다.

무대와 거의 원 중심사이에 있는 '티멜레(thymele)'라고 불리던 제단 사이의 빈터를 바로 '오르케스트라(orchestra)'라고 했다. 자기차례가 돌아오면 일단의 무용수들이 이 빈터에 몰려나와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는데, 오케스트라는 원래 이렇게 '춤추는 장소'를 뜻하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의 여러 악기를 모아 조직한 합주단체를 가리키는 말로 정착한 것이다. 오늘날 오페라 공연시 무대 앞쪽에 '오케스트라피트'라는 숨은 공간이 만들어 진 것도 이 유래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변천의 과정으로 보인다. 가끔씩 이 공간은 의전객석으로도 활용이 되니 매우 유용하고 조커같은 존재인 셈이다.

오케스트라도 종류가 있는데, 이를테면 '살론 오케스트라' '무도 오케스트라' '취주 오케스트라' '현악 오케스트라' '실내 오케스트라' '심포니 오케스트라' '가극 오케스트라'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에서 역시 교향악을 연주하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규모나 연주효과면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며 각광을 받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크기는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같은 목관악기의 수에 따라 1관편성, 2관편성 등으로 구분하는데 우리 주변의 대부분 연주회장에서 들을 수 있는 형태는 2관편성으로 약 6~70명의 단원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3관편성으로 무대를 압도하기도 한다.

국가나 지휘자에 따라 악기의 배치방식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같은 현악기가 전면에 배치되고 목관악기와 금관악기가 그 뒤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타악기가 맨 뒤에 위치하는 형태를 취한다.

지휘자가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철저하게 악장의 주도로 움직인다. 바이올린파트의 가장 앞자리에 앉아 지휘자를 보좌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악장은 오케스트라에 있어서 음악적, 조직적 조율의 중심에 있는, 어쩌면 지휘자 이상으로 중요한 인물인지 모른다. 유명 오케스트라의 경우 상임지휘자가 전체 연주를 모두 지휘할 순 없다. 그래서 객원 지휘자를 초빙한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빈필하모니·뉴욕필하모니·베를린필하모니를 꼽는다. 이들이 꾸준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단원 개개인의 엄청난 음악적 성숙이 바탕이 되겠지만 어떤 지휘자가 오더라도 그 지휘자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최고의 음악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치밀하고 세련된 조직적 행동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있어서 '하모니'는 생명이다.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카라얀이나 무대 위의 철학자 마젤도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고 훈련하며 변화를 도모했던 궁극의 목표는 '하모니'를 들려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훌륭한 앙상블을 위해 귀를 열고 소통하여 천상의 조화를 완성하고자 했을 것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기업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을 닮아 갈 것이다"라고 했다. 조화와 협력이 경쟁으로 점철되어온 재래의 기업경영으로부터 탈피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지휘자는 소통을 통한 협력으로 '하모니'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첫 걸음이 좋은 악장의 선임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Sounding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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