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개」들의 천사 조금줄씨

“자기가 예쁘고 좋아서 키우기 시작했으면 아무렇게나 내버리지 말고 끝까지 책임져야지, 귀찮아졌다고 병들었다고 버린다면 온 세상이 개판이 될 겁니다.”

둔덕면 상서마을 조금줄씨(63) 부부는 버림받은 개들에게 있어 ‘천사’와 다름없다.

둔덕면 상서마을 포구나무 인근을 지나면 수십마리의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큰 개는 아니지만 애완견 짖는 소리인 듯 ‘멍멍! 월월!’ 연이어 들려온다.

이곳이 조씨가 부인(조금줄씨는 부인을 할망구라 부름)과 함께 버려진 애완견들을 돌보는 집이다. 현재 30마리의 버려진 개들이 조씨 부부의 지극한 사랑 아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조씨 부부가 버려진 개들을 키우기 시작한 때는 8년전부터. 둔덕재 등산길에 매일 나타나 등산객들의 뒷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버려진 개(시추)를 발견한 뒤 집에 돌아와서도 시추가 눈에 밟혔다.

밥을 먹을때도 시추가 아련거렸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밤잠을 설친 조씨는 새벽녘 할망구 몰래 빵부스러기를 챙겨 산으로 가 외롭게 등산길을 지키던 시추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게 버려진 개를 키우게된 계기가 됐다.

환경미화원 일을 하면서 여기저기에 버려지고 병들고 굶주린 개들을 데려오기를 한두 번, 이젠 30마리에 이르렀고 시추, 슈나우저, 코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병이 들어 일어서지도 못한 채 누워서 꼬리만 흔드는 강아지를 데려와, 1주일 동안 똥오줌을 받아내며 지극정성으로 치료한 개가 일어설때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조씨 부부의 설명이다.

버려진 개들을 데려온 건 조씨지만 이젠 할망구가 더 개를 사랑하고 돌본다.

조씨는 “할망구는 신기(神氣)가 있어 멀리서도 개가 새끼를 낳는 것을 알고, 짖는 소리만 듣고도 어디가 아픈가를 파악할 정도”라며 너스레를 떤다. 

또 “할망구가 내 밥을 안 차려줘도 개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제시간에 챙겨주고, 밤늦게 들어오든 말든 나를 기다리지는 않지만 개는 저녁때만 되면 한 마리 한 마리씩 다 챙긴다”고 말하면서 “사람을 위해 개가 사는 것이 아니라 개를 위해 사람이 사는 것 같다”며 질투 아닌 질투심을 내보인다.

버려진 개들을 키우기 시작한지 8년, 이젠 계모임 등으로 식당에만 가면 남은 고기나 뼈는 조씨 차지다.

사료값을 아낄 심산으로 봉지에 차곡차곡 챙겨 모두 집에 있는 개에게 먹인다. 처음에 다소 무안했지만 이제는 동료들이 먼저 알아서 챙겨줄 정도다.

약값, 사료값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 건 정들었던 강아지와 정 떼는 것이 무서워 더 이상 버려진 개를 거두기가 두렵다는 조씨는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쉽게 분양 받고 쉽게 버리는 것은 죄악”이라며 “애완동물을 키우기에 앞서 진정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부터 곱씹어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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