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일이기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 몰라도 기본만 지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가슴은 더 아프다.

거제는 해상안전에 대하여 지나치도록 강조해도 오히려 모자라고, 차고 넘치도록 챙겨도 오히려 부족하다. 거제관광의 성패는 해상안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일 오후 6시28분께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외도보타니아 인근 해상에서 141명의 승객을 태운 38t급 유람선 1척이 엔진 고장으로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통영해경의 경비함정의 도움으로 승객들을 장승포항으로 무사히 귀항시켰지만 관광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이 문제의 선박은 선령 22년 된 노후선박인데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관내 유람선을 점검하고 난 불과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이기에 점검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거제지역 유람선사를 비롯한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이런 작은 일이 거제관광의 신뢰를 잃게 만들 것이다.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작은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산업재해로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이 있었으며, 역시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은 사람이 300명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일정 기간에 여러 차례 경고성 전조가 있지만 이를 내버려두면 큰 재해가 생긴다는 이론이다.

이번에 엔진고장을 일으킨 유람선은 2011년 5월에도 승객 136명을 태우고 사고지점 인근 해상을 지나다 다른 유람선과 충돌해 승객 3명이 다친 일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들이 하인리히 법칙에 의한다면 대형사고의 조짐으로 보고 당국은 강력한 의지로 단속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해상안전은 거제관광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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