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의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공무원들의 모습은 참으로 부끄러운 한국 관료사회의 민낯 그대로였다. 일이 터지자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었다. 사고의 직접적 책임은 세월호에 있다고 한다면, 그 책임의 뒷면에는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업계와 공생하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서로 돕고 도우면서 유착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었다.

해피아(해양수산부)·모피아(기획재정부)·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국피아(국토교통부)·교피아(교육부) 등으로 불리며 부처마다 고시 기수 서열에 따라 선후배로 똘똘 뭉치고, 퇴직하고 나면 산하단체의 임원을 거의 독점하면서 전관예우를 내세워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도대체 '마피아'가 뭔가? 원래는 19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반정부 비밀결사 조직이었지만 그 조직의 일부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를 기반으로 마약·매춘·도박 등 불법행위를 일삼던 범죄조직이다.

법과 정의를 유린하던 범죄조직의 대명사 마피아를 우리 관료사회와 결합시켜 새로운 용어로 탄생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세계적 망신이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불문하고 공무원의 의식이 변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 사회전반에 깔린 도덕실종과 안전불감증은 무사안일, 정년이 보장된 철밥통, 대개의 리더는 선출직이라 눈밖에 난다해도 몇 년 만 버티면 별거 아니라는 복지부동이 우리 사회를 멍들게 만들었다.

대통령께서도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퇴출시킬 것입니다"라고 했지만 어디 그게 처음 듣는 말인가. 마치 준비되어 있는 매뉴얼처럼 늘 듣던 말이다. 이번에도 시늉에만 그칠 것이라는 슬픈 예감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골작사회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적어도 철학을 바탕으로 한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책상머리 행정에 길들여져 있는 공무원이 아니라 현장중심으로 파고드는 공무원이어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전문가에게 과감하게 조언과 협조를 구하는 아웃소싱의 자세가 돼야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공무원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비용이 되어야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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