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프랑스의 계몽주의 작가이며 철학자인 디드로와 루소가 별장 연못을 산책하면서 루소가 "여보게, 나는 이 연못에서 스무 번이나 투신자살을 하려고 했다네"하자 디도로가 "그런데 왜 하지 않았지요?"하고 묻자 루소는 "물속에 손을 넣어보니 너무 차가워서 안되겠더군" 그러나 디도로가 죽은 60년 후에 루소가 태어났으므로 이 이야기는 예화에 불과하다.

고대 그리스에 유행했던 스토아학파들은 만일 자신의 인식에 따라서 살기가 너무 어렵다면 자살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자살예찬론의 영향으로 자살자가 늘자 국가는 '자살허가제'를 도입한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자살 사유서를 작성하여 도시 평의회에 제출하여 허가가 나면 햄록(hemlock:당근과 흡사한 독초)을 처방받아 죽을 수 있었는데 이를 안락사의 원조로 보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였던 에밀 뒤르켐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사회적 통제가 강할 때는 '숙명론적 자살'을 약할 때는 '아노미적 자살'을 선택한다. 전자는 꿈도 희망도 없다는 숙명 곧, 노예나 빈곤의 대물림 등이고, 후자는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으로 현대인의 인간 상실로 불안해진 아노미 현상이 원인이다.

사회적 연대력이 강화되면 '이타적 자살'로 정절을 지키기 위한 과부의 자살, 주인을 따라 죽던 옛날의 순장, 폭탄테러 등을 들 수 있고, 사회적 연대력이 약하면 '이기적 자살'이 나타나는데 일상적인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암 환자의 자살 등 순 개인적 이유로 자살하는 경우다. 동양에서는 자신의 결백을 보이기 위해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면 서양에서는 자살이 오히려 사실을 인정하는 행위라고 본다.

가까운 부산에서는 지난해 자살자가 약1천50명으로 하루 3명꼴로, 이는 우리나라가 OECD국가 가운데 9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에 일조했다. 자살에 번개탄이 자주 사용되자 4월 중순부터는 전국에 판매되는 번개탄 포장지에 '생명은 소중합니다'라는 자살예방문구를 넣어야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