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슬프고 애통한 일이다.

지난 16일 오전 8시50분 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339명을 비롯해 476명이 승선해 174명만이 구조되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다. 화사한 봄날에 개최하려던 모든 축제와 행사는 취소되고 수학여행을 기다리던 많은 학생들의 꿈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이번 침몰사고에 대해 다음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은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도무지 끝이 안보인다.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설마 병(病)'은 우리 사회의 고질이다 못해 생활 그 자체가 되고 말았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상식은 지키면 좋고 안지켜도 그만일 뿐이고, 기본·규정·규칙 등을 존중하고 지키려는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고 앞뒤가 막힌 사람이 되고 만다. 편법을 해서라도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사람을 유능하다고 여기는 잘못된 구조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전은 절대 담보될 수 없다. 언제나 대형사고는 기본을 무시하는데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월10명의 목숨이 희생된 경주의 마리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보조 기둥에 4개씩 볼트를 박게 돼 있는데 2개씩만 박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 않는가.

둘째, 정부의 세련되지 못한 위기대응이 문제다.

사고가 터지고 나면 한다는 말이 책임자 처벌과 안전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약속만 되풀이 한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현장과 부처 간의 협업과 대응이 일사분란하게 이뤄지고 유연하면서도 통합적인 지휘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속한 일처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나자 안전행정부·해경·해군·진도군에 무슨무슨 재난관리본부만 10개가 생겨났지만 엇박자로 혼란과 불신만 부추겼다. 급기야는 사흘이 지나서야 총리가 나서 일원화 하겠다고 설레발친다. 이번 사고 때 느낀 것이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은 한마디로 갈팡질팡이요, 우왕좌왕이요, 오락가락이이었다. 재난대응체계는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셋째, 유언비어는 이번 기회에 단호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

"지금 여기 배 안인데 사람 있거든… 나 아직 안 죽었으니까 안에 사람 있다고 좀 말해줄래." 한 시민의 카카오스토리에 들어온 메시지는 알고보니 장난이었다. 수중에서 카톡이 전송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데도 정체불명의 글들이 SNS로 돌아다닌다. 미국 잠수함과의 충돌괴담이 돌고 정부가 구조활동을 막고 있다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현황 동영상' 문구와 함께 인터넷주소까지 달린 문자메시지를 받고 주소를 누르면 기기 정보와 문자 통화기록까지 빠져나가는 신종 해킹이 생겨났다. 1억 주면 아이를 배에서 꺼내 주겠다고 실종자 가족에게 접근하던 거간꾼이 쫓겨나고 진짜가족과 가짜가족을 구별하기 위한 실종자의 이름을 쓴 목걸이 표를 매야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유언비어나 괴담의 출처를 철저하게 밝혀내어 엄벌해야 한다.

넷째, 세월호 선장의 작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솔직히 선장이기 때문에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라는 건 언감생심이다. 선장의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선장은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선 안 되고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인명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원칙만은 지켜야 한다.

매뉴얼을 무시한 선장의 이런 작태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실내에 있어라'는 지시에 따른 순진한 학생들만 죽음 속으로 몰아넣었다. 선장은 말할 것도 없지만 구조는 나 몰라라 하고 자기들만의 비상통로를 통해 빠져나온 승무원들도 의무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총체적 부실의 책임은 관련 공무원과 해운조합, 소유주에게도 엄정히 물을 것을 촉구한다.

세계 12위의 선진국이라면서 안전 후진국이 되어버린 현실과,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라면서 엉망인 사고 수습체계와 유언비어의 온상이 되어버린 악마의 댓글들,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이라고 하면서 침몰한 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건져내지 못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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