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칼럼위원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지난 16일 오전 9시 전후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세월호 침몰사건이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부푼 가슴을 안고 설래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325명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포함한 476명의 승객을 태운 멋져 보이는 세월호는 그 전날 오후 6시30분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예정이었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서 출발시간이 지연되다가 밤 9시가 되어서야 인천을 출발했다고 한다. 밤새껏 달려온 세월호가 문제를 일으킨 것은 다음날 아침 오전 9시 가까이 됐을 시간이다.

잘 달리던 세월호가 갑자기 방향을 급우회하면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지고 무게중심을 온전히 잡지 못한 채 침몰되고 말았다. 승객 174명은 극적인 구조를 받아 살아남게 됐지만 세월호의 안내방송만을 믿었던 302명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골드타임을 놓쳐버린 채 세월호와 함께 매몰되는 슬픈 비극을 맞보게 되었다.

세월호가 진도 바다 속에 완전히 침몰되기 직전, 한 학생은 그의 사랑하는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기를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해' 하는 문자를 그의 엄마에게 보냈다고 한다. 선박 안으로 물이 점점 더 높이 차오르는 위급한 상황속에서 평상시 고백하지 못했던 엄마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과 존경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 속에서도 자신을 염려하고 있을 아빠에게 문자를 이렇게 보냈다고 한다. '아빠, 걱정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이랑 뭉쳐 있으니까' 이처럼 바다 밖에서 염려하고 있을 가족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한 학생은 그 위급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얘들아, 모두 살아서 보자'는 문자로 애틋한 우정(友情)을 나타내면서 친구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반 단체 채팅방에 들어온 한 학생은 자신의 담임선생님을 염려하며 '선생님 괜찮으세요? 조끼는 입으셨나요?' 하는 문자로 선생님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기 까지 했다고 한다. 검도 3단으로 기사도 정신을 소유하고 있었던 정차웅(17)군은 자신이 입고 있었던 구명조끼를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던 친구에게 벗어준 뒤 다른 친구를 더 구하려고 자신의 몸을 던졌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세월호 선장으로부터 대피명령을 기다리다 못해 학생들이 들어가 있는 선실 선실을 찾아다니며 "빨리 빨리 바다로 뛰어들라"고 학생들을 재촉하며 자신들의 안위를 돌아보지 않은 학교 선생님들, 자신의 구명조끼를 어린 동생과 같은 학생들에게 벗어 주며 "언니는 왜 구명조끼를 안 입느냐"는 학생들에게 "선원들은 맨 마지막에 배를 떠나는 거야. 너희들 다 구하고 나중에 나갈게"라며 어린 동생같은 학생들을 끝까지 챙기다가 희생된 여승무원 박지영(22) 자매, 이들은 우리 모두를 감동시키며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야 말로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를 향한 아름다운 희망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사람들이다.

필자는 금번 이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세월호에 갇혀 자유롭게 나오지 못하고 진도 앞바다에 수장된 채 죽어가고 있을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의 구조를 애타게 소망하며 기다리는 많은 가족들과 국민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늘나라 천국에서 죄악의 사슬에 얽매여 고통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우리 인생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구원과 영생을 소망하는 믿음의 선각자들과 우리 주님의 마음을 보게 된다.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승객들의 안위와 구조를 외면한 채 자신의 살길만을 찾다가 부끄러운 죄인이 되는 세월호 선장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목이 터지도록 대피 소리를 외며 죄악의 사슬에서 구원의 바다로 뛰어 들라고 외치는 거룩한 소리의 삶이 우리 속에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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