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까지 수주액 70억 달러 기록하며 중국 크게 따돌려…시장점유율 42%
삼성, 20억5000만 달러·대우, 17억4000만 달러…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 성과

국내 조선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수주량에서 중국을 크게 앞서며 수주 1위 자리를 지켰다.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2월 국내 조선사 수주량은 313만1387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194만642CGT)보다 61% 증가했다.

올해 수주액은 70억1800만달러로 지난해 37억4200만달러보다 88% 늘었다. 시장점유율도 27.6%에서 42.3%로 뛰어 오르며 중국(31.4%)을 크게 따돌렸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지난 2월까지 80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상선을 중심으로 50척을 수주해 전년 동기 실적(22억달러)의 2배가 넘는 총 46억달러의 수주를 따냈다. 컨테이너선 13척과 액화석유가스(LPG)선 19척, 유조선 14척,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1기 등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14일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와 14억7000만달러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1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반 컨테이너선 1척 가격이 2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일감이다.

또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까지 수주하면서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20억5000만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월 말 아시아지역 선주 두 곳으로부터 8만4000㎥급 초대형 LPG운반선(VLGC) 8척을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총 17억40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쇄빙LNG운반선 추가분과 VLGC 옵션분 등 4척이 남아있어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전체 발주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보다 기술력에서 앞선 국내 조선사들이 완연하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시황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승세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새로 만든 선박의 거래 가격을 지수화한 '신조선 선가지수' 역시 지난해 4월까지 126으로 바닥선을 유지하다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1월 초에는 135까지 회복했다. 지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선박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고부가가치 선종의 발주량이 크게 늘었다는 방증이다.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는 상선 수주량도 증가했다. 국내 조선 3사는 올 들어 모두 68척의 상선을 수주, 전년 동기(12척)보다 무려 6배 이상 늘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수주액도 77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상승세를 타는 이유 역시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세계 조선시장은 해양시추용 드릴십 같은 특수선박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고부가가치의 해양 플랜트 설비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물량을 국내 조선사들이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벌크선과 유조선 등 저가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데, 발주 자체가 드물다. 국내 조선사들은 대형선박·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FLNG선의 제작이 진행 중이다. FLNG(Floating 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기존에는 해저 가스전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보낸 뒤 이를 액화·저장해 뒀다가 LNG선으로 수요처까지 운송했다. 하지만 FLNG는 해상에서 이러한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로열더치로부터 수주한 세계 최초의 FLNG 생산설비인 '프리루드 FLNG'의 진수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선박은 길이 488m·폭 74m·높이 110m 규모로 선체 내부의 저장탱크에는 국내 3일치 소비량에 해당하는 LNG를 저장할 수 있다. 진수를 마친 FLNG는 앞으로 2년여에 걸쳐 선체 내부 탱크 제작, 내외부 의장작업 등이 진행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향후 전개될 FLNG 수주전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는 150억달러다. 이를 위해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해양플랜트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심해시추활동의 증가와 노후선 교체 수요가 맞물려 있는 시추설비 분야에서 시장 우위를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대형 잭업리그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시추설비 분야의 포트폴리오도 다양화 했다. 잭업리그는 대륙붕 지역의 유전개발에 투입되는 시추 설비다. 선체에 장착된 다리를 해저면에 고정시키고, 선체를 해수면 위로 부양시킨 후 시추작업을 수행한다.

파도와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심은 얕지만 파도가 거친 해역에 주로 투입된다. 잭업리그는 1기당 선가가 6억5000만달러로, 평균 5억~6억달러에 발주되는 드릴십보다 비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1만8000TEU 컨테이너선 20척을 수주하면서 세계 조선역사를 새로 썼다. 수주액만 4조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이 선박은 길이 400m·폭 59m로 갑판 면적만 축구장 4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지난해 6월 인도된 1만8270TEU 컨테이너선 '머스크 맥키니 몰러'호는 컨테이너 당 운송비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금까지 수주한 FPSO는 6기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인도한 토탈의 '파즈플로 FPSO'다. 이 시설의 건조비는 21억달러에 달한다. 길이 325m·폭 61m·높이 32m에 자체 무게만 12만톤 규모다. 여기에 저장되는 원유의 양은 우리나라 일일 석유 사용량(190만배럴)과 맞먹는다.

드릴십 역시 독자 개발한 설계 모델을 바탕으로 다수의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척의 드릴십을 40억4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업계 최대 규모다. 특히 설계와 구매·생산·설치·시운전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기술로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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