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아침이면 선생님이 와서 통학차로 유치원으로 데려간다. 유치원에서 배변 학습과 예절 교육을 받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친교활동을 한다. 그리고 때에 따라 맛있는 간식을 준다. 선생님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알림장에 적어 보호자에게 전달하면 그걸 통해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를 확인한다.

몸이 아프면 물리치료와 한방침을 물론이고 CT검사에 내시경, 복강경, 줄기세포·치료를 받는다. 몸이 약하면 삼계탕과 전복죽을 먹이고 십전대보탕이나 사물탕 같은 보약도 지어준다. 예쁜 이빨을 위해 100만 원이 넘는 교정 치료를 받고 스케일링도 한다.

미용실도 있고 목욕탕도 있고 휴게소도 있다. 보호자가 여행을 떠날 때는 호텔에 묵는다. 공기청정기에 에어컨이 빵빵하다. 간호사 언니와 산책을 하고 고급 장난감도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떤 친구는 영국의 한 디자이너가 만든 780만 원짜리 옷을 입었다. 천만 원짜리 악어가죽가방도 인기고, 목줄도 50만~100만원인데도 없어서 못 판다. 미국에서는 우리를 위한 변호사도 있고 휴가를 즐길 전용 해수욕장도 있다. 죽은 후에는 전국에 약 270개 전문 장례서비스 업체가 모든 장례절차를 대행한다. VIP장은 160만 원 상당의 순금 금장수의에 장례전용 대형 리무진도 동원된다. 이건 모두 사람 이야기가 아니고 개 이야기다.

일이 분주하거나 고생스러울 때 놀고먹는 개가 부러워서 하는 넋두리가 '개팔자가 상팔자'다. 사실 농촌에 농번기가 되면 그 바쁜 철에 개는 팔자 좋게 주는 밥이나 먹고 두 다리 쭉 뻗고 잠이나 자고 있다. 그놈의 팔자가 부러워서 하는 소리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보다 더 대접받는 것이 개다. CJ헬로비전은 지난달 25일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들이 보는 유료 채널 '도그티브이' 방송서비스를 시작했다. '개를 위한 방송'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고, 개는 개다워야 한다. 그런데 우습게도 사람은 개 같아지고, 개는 사람 같아지는 세태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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