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말은 예로부터 신성한 동물로 치성의 대상이었다. 음력 정월 첫 '말날' 상오일(上午日)에 말에게 제사를 지냈고,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는데 '맛있다'의 '맛'과 '말'의 발음이 유사한 탓이다. 시월상달 말날에는 붉은 팥떡을 마구간에 차려 놓고 고사를 지낸다. 말은 신성한 존재로 중요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메신저라 믿었다.

'신라 6부 촌장들이 알천 언덕에 모여 백성을 다스릴 임금을 세우려고 의논을 하던 중 양산 기슭의 나정(羅井) 곁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땅에 비치고 거기에 백마 한 마리가 꿇어앉아 절을 하고 있었다. 가서보니 붉은 알이 하나 있었고, 사람을 본 말은 길게 울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 알에서 사내아이가 나왔고 아이를 동천에 목욕을 시키자 몸에서 광채가 나 이름을 혁거세(赫居世)라 했다'《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다.

그밖에 동명성왕 설화나, 백제가 망할 때도 말이 나타나 흉조를 예시해 주었다. 이런 신화 속에 나오는 말들은 하늘의 사신인 천마(天馬)이며 모두 백마로 그려진다. 유비의 군사(軍師) 중 봉추 방통이 있었다. 적벽대전 때 연환계로 조조에게 비참한 패배를 안긴 사람이다. 유비와 함께 서촉의 유장을 공격하던 중 방통이 타고 있던 말이 갑자기 날뛰자 유비는 자신의 백마와 바꾸게 되는데 매복해 있던 유장의 부하들이 백마를 탄 사람이 유비인 줄 알고 공격하여 방통은 애석하게도 그때 죽고 만다.

드물게 자연적인 백마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늙어 노화 현상으로 회색털이 많아진 말로 문학작품에서 왕이나 군대의 우두머리가 타는 말로 그려지면서 우상화 되었다. 여자들의 환상과 이상인 백마 탄 왕자와의 사랑도 순수한 영혼의 판타지다.

1973년 발굴된 경주 천마총 출토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천마도(天馬圖) 한 점이 41년 만에 확인되었다. 1500년 동안 엉겨 붙어 있던 흙과 녹을 벗겨 내고 찾은 신령스러운 천마는 18일 개막하여 6월 22일까지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에서 공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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