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칼럼위원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지난 2월 26일 저녁,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세 들어 살고 있던 박모(60)씨와 그의 두 딸이 숨져 있는 것을 주인의 신고로 발견되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것이다. 이들을 발견한 시간이 2월26일 저녁 9시 경인데 '일주일 전부터 방 안에서 텔레비전 소리는 나고 있었지만 인기척이 전혀 없어 의심스러운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다'는 집주인의 말을 미루어 보면 그들의 죽음은 2월 20일 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2월20일이라면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박승희 선수의 쇼트트랙 금메달과 김연아 선수의 아쉬운 은메달로 온 나라가 축제의 물결로 떠들썩하고 있을 때다. 그날 60을 갓 넘긴 어머니와 건강이 좋지 못한 36살 큰 딸, 그리고 신용불량자가 된 33살의 작은 딸은 그 같은 국가적 기쁜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 슈퍼에서 600원 짜리 번개탄 두 개와 1,500원 짜리 숯을 사서 반 지하 셋방에서 마지막 죽음의 인생길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8년 동안 세 들어 살면서 월38만원의 집세와 전기세 같은 공과금을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아주 양심적이고 정직한 삶을 산 사람이었다. 그리고 죽으면서도 봉투에 70만원을 넣고 "주인아주머니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편지까지 남겨 놓았다.

박씨 가족은 IMF 이전만 해도 먹고 살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IMF로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엎친데 겹친 격으로 남편이 방광암에 걸려 막대한 치료비가 들었다.

이 때문에 빚만 가득 남겨 놓은 채 12년 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두 딸이 신용불량자가 된 것도 바로 그때 아버지의 치료비 때문이었다.

어머니 박씨는 식당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다.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 환자였고, 작은 딸은 신용불량자였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일부를 겨우 보탤 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어머니 박씨가 빙판에 미끄러져 팔이 부러지면서 식당일을 그만두게 되자 세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삶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자 세 모녀는 죽음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죽음은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가 외면한 사회적 타살이요, 공공의 행복을 위해 책임을 감당해야할 교회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들의 마지막 비참한 죽음, 아니 가슴 아픈 죽음의 소식을 접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목사로서 또한 사회복지 사역에 관심을 두는 필자로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풍요를 자랑하는 나라면서도 이런 형제의 가난과 고통을 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무관심에 대하여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성경은 우리 주변에 있는 가난한 이웃에 대하여 무관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신명기15:1-11, 24:10-22).

또한 가난한 이웃을 돕는 방법까지도 가르쳐 주고 있다. 이는 우리 주가 되시는 예수님께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실례를 통하여 강도만난 자들의 이웃이 될 것을 강조하신 바도 있다.

지금 한국교회가 무엇에 관심을 기우려야 할까? 거룩한 성소 안에서 자기들만의 잔치를 즐기고만 있어야 하는가?

'비인간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때요,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아야 할 때라 생각된다. 지금이 바로 높은 빌딩 숲 속에 가려서 신음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을 찾아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사랑을 나누어야 할 시간이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잠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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