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말은 충성스럽다.

김유신이 천관이라는 여자에게 빠져 생활하다가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듣고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느 날 술에 취해 말 위에서 잠이 들었을 때 말은 김유신을 천관의 집으로 데려다 준 일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1635년 인도의 가마루 장군이 적과 싸우다가 목이 달아났다. 그러나 몸을 안장에 꽉 묶어두었기 때문에 생명은 잃었어도 낙마는 하지 않았다. 충실한 그의 말은 전장에서 집까지 100리 길을 달려 왔다. 충성스런 말과 목 없는 시체로 석조묘(石造墓)를 만들었는데 300년이 지난 지금도 ‘목 없는 성자’로 순례자들이 찾고 있다.

말은 지혜롭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기 위해 나선 것이 봄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겨울이었다. 찬바람과 악천후 속에서 군대는 길을 잃고 말았다. 그때 관중(管仲)은 늙어 싸움에 나서지 못하고 수레만 끌고 있는 늙은 말을 풀어 말이 가는대로 따라가 위기를 면한 적이 있다. 이를 한비자(韓非子)는 노마의 지혜(老馬之智)라고 설림(說林)편에서 말하고 있다.

말의 이미지는 박력과 생동감이다.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말춤’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었다. 말레이시아 어느 맥도날드 가게에서는 감자튀김 봉지에 ‘소스를 넣고 말춤을 추면서 흔들어 먹으라’고 써 놓았다고 한다. 말춤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은 심리학적으로 말은 힘과 젊음, 왕성한 성욕의 상징이기 때문에 섹슈얼리즘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

말은 십이지의 일곱 번째 동물로서 방위로는 남(南), 달로는 음력 오월이다. 시간으로는 오시(午時) 곧,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인데 이 시간은 고조에 달했던 양기(陽氣)에서 땅의 음기(陰氣)로 바뀌는 시간이다. 땅의 시간이기 때문에 땅을 밟고 달리는 말에게는 박력과 생동감이 넘치게 된다.

올해는 말의 해, 말(馬-言)하는 대로 이뤄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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