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칼럼위원

▲ 천창수 송진교회 목사
고든 맥도날드가 쓴 '하나님이 축복하시는 삶'이라는 책을 보면 페르소나호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옛날에 어떤 바보가 배를 하나 지었는데, 그는 비용이나 노력은 조금도 아끼지 않고 자기가 회원으로 있는 보트 클럽에서 가장 웅장하고 가장 화젯거리가 될 만한 배를 짓기를 원하였다.

그 바보는 배에 화려한 돛과 복잡한 삭구를 달고 선실에는 안락한 설비와 편의 시설을 갖추었다. 갑판은 아름다운 티크 목재로 만들고 부속품류는 일체 광택 나는 놋쇠로 만들었다. 그리고 선미에는 상당히 멀리서도 보일 수 있도록 페르소나 호라는 배이름을 황금색 페인트로 칠했다.

페르소나 호를 지으며 그 바보는 자신이 만든 새 배를 진수시킬 때 클럽 회원들이 보내 올 탄성과 갈채에 대한 공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는 머잖아 듣게 될 칭찬을 생각하면 할수록, 배의 외양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 부었다.

페르소나호의 밑바닥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는 배의 용골은 물론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무게나 벨러스터의 적절한 분산문제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배의 항해 적합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을 끌 외양에만 신경을 썼던 것이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 돈이나 시간을 들여야 할 이유가 뭐야? 클럽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잘 들어보면 칭찬이라고는 오직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것뿐이라구. 배 밑창에 대해 감탄하는 사람을 본 기억은 전혀 없어. 그보다는 돛의 색깔이나 모양, 놋쇠 부속품, 선실과 편의시설, 갑판과 목재의 감촉, 보트경주에서 이길 수 있는 속도와 기술 따위에 열을 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

바보는 그런 생각에 푹 빠져 배를 지었다. 사람들 눈에 뛰는 부분은 한 군데도 흠잡을 데 없이 번쩍번쩍 빛나게 했다. 그러나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은 대충 무시하고 넘어갔다. 사람들은 그런 건 눈여겨보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본다 하더라도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들이 없었다.

그의 짐작은 정확했다. 보트 클럽 사람들은 돛이며 삭구며 갑판이며 놋쇠며 특등 선실 등을 감식 평가했다. 그들은 본 것마다 칭찬했다. 그의 귀에는 자기가 클럽 역사상 가장 웅장한 배를 지은 수고를 인정받아 언젠가는 회장으로 선출될 거라는 얘기도 간간히 들렸다.

드디어 보트의 처녀 항해일이 이르자 클럽 사람들은 그와 함께 선창으로 나와 삼페인을 터뜨리며 축하해 주었다. 드디어 배는 출범하였고, 그의 귀에는 지난 수년 동안 고대했던 바로 그 소리가 들려 왔다. "지금까지 우리 클럽에서 이보다 더 웅장한 배는 없었어."

그런데 바다 멀리 몇 십 킬로미터 나가자 폭풍이 일었다. 페르소나 호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채 몇 분이 안 되어 화려한 돛들은 찢겨 나갔고, 당당하던 돛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티크목재로 만든 갑판과 사치스레 꾸며 놓은 선실에는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큰 파도가 페르소나 호를 세차게 내려쳤으며 배는 순식간에 뒤집히고 말았다.

대부분의 배라면 그런 강타를 당한 뒤에 다시 제 위치로 돌아갔겠지만 페르소나 호는 그러지 못했다. 이 한심한 바보가 배를 지을 때 수면 밑 부분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 바보는 배의 외관만 생각했지 폭풍을 견뎌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부위의 안정성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이라고 하는 배를 지을 때, 눈에 보이는 외양은 화려하게 꾸미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하자. 우리 삶을 건강하게 지탱해 주는 것은 우리가 소홀히 하기 쉬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즉 영혼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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