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서울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 평소 얌전하고 공부도 잘하는 A양은 담임여선생님이 수업하다 목이 마르면 마실 물을 떠오는 당번이었다. A양은 늘 밝은 표정으로 물을 떠다 놓았다. 그러나 2학기도 절반가량 지난 10월 쯤 한 학부모로부터 A양이 떠오는 물이 정수기물이 아니라 화장실 양변기물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전해 듣게 된다.

A양은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킬 때마다 변기 안에 있는 물을 떠왔고, 이 사실을 친구에게 비밀리에 말했고, 이를 친구는 어머니에게 알리면서 선생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선생님은 이 충격으로 병가를 내고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다가 결국 휴직하고 만 사건이 지난 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 잘 한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만 15세 학생의 수학, 읽기, 과학의 학업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의 2012년 결과 한국 학생의 수학 실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등을 했다. 수학뿐 아니라 읽기도 과학도 2~3위권이었다.

철저한 공교육으로 사교육이 없는 나라 스웨덴이 한국교육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나섰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포기하고 말았다. 스웨덴 학생들은  오후 2시에 수업이 끝나면 이후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며 취미생활을 즐긴다. 학교는 대학을 준비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특기를 발견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곳이다. 스웨덴 언론은 한국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으로 비록 성적은 좋지만 흥미와 자신감은 꼴찌라고 지적하면서 한국교육의 뒤에는 호랑이 엄마가 공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의 성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여론조사 2013'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5점 만점에 겨우 2.49점밖에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급히 해결해야할 교육문제로는 '학생의 인성·도덕성 약화(48.0%)'라고 말했다.

공부만 잘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학부모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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