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칼럼위원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미국 뉴욕의 어느 서커스 매표소 앞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가난해 보이지만 행복하게 보이는 한 가족이 매표소 앞에서 입장권을 사기 위하여 줄을 서 있었습니다. 열네 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대식구였습니다.

그런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들의 아버지는 웬지 모르게 무척 초조해 보였습니다. 표를 살 수 있는 순서가 되었을 때,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매표소 직원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아이 여덟 명, 어른이 두 명, 모두 얼마지요?”

직원이 입장료가 얼마라고 얘기하는 동안에 그 아버지의 얼굴 색깔이 변하고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방금 얼마라고 했소?”

아무래도 가진 돈이 모자라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이들에게 돈이 모자라니 그냥 돌아가자고 말할 수도 없고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그때에 매표 순서를 기다리며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 남자가 자기 주머니에서 20달러짜리 지폐를 슬그머니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돈이 모자라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아이들의 아버지에게 말을 했습니다.

“여보시오 선생, 방금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떨어졌소.”

그러면서 20달러 지폐를 보게 했습니다. 그 아버지는 무슨 의미인지 금방 눈치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떨어져 있는 돈을 주우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습니다.

“고맙소 선생. 내 평생 잊지 않겠소, 이것이 나와 내 가족에게 일평생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오.”

그 아이들의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그 아버지는 주워 던 20달러의 돈을 합하여 입장권을 사가지고 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주머니를 털어서 20달러의 돈을 떨어트린 그 남자는 그 가족들이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아들 하나와 함께 발길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 남자 역시 넉넉한 형편이 못되었기 때문에 표를 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날 밤 초등학교 졸업반인 그 남자 아이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밤 아빠와 나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서커스를 구경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빠와 나는 그 어느 날보다 더 행복하다. 우리 두 사람의 행복보다도 열 명의 행복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가!”

연말이 가까워지고 새해가 다가오는 시간, 날씨의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폭풍한설이 몰아치는 추운 겨울이 되었습니다. 벌써 서울과 강원도를 비롯한 한반도의 중부권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강추위가 우리의 삶을 더욱 더 움츠리게 하는 시절에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힘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물질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 해의 마지막인 이 12월을 보다 더 의미있고 낭만적인 시간 보람된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 각종 망년회와 다양한 모임을 통하여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도심의 빌딩숲 그늘에 가려져 있는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과 찾아오는 이 없는 한적한 시골구석에서 외롭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연로하신 어르신들, 한 끼의 끼니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 그리며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있는 거리의 노숙인들, 쪽방 촌의 작은 공간 속에서 연탄도 지피지 못하고 손을 호호 불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에게는 이 추운 겨울 하루하루가 정말 힘든 시간입니다.

이 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책임있는 사회인으로서, 의식 있는 지성인으로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의로우신 뜻을 찾아 살아가고자 하는 경건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돌아보며 관심을 기우려야만 할 곳이 어디일까요?

그 곳은 어두운 곳, 외진 곳,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진 곳이 아닐까요? 그곳을 찾아가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사랑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것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요?

하나님의 말씀인 마태복음 25장에 보면 내 아버지 하나님께 복을 받을 사람,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상속받을 사람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섬기고 돌아보는 사람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믿고 바로 섬기는 사람이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구세군의 사랑의 종소리가 우리의 귓전에 맴돌고 있습니다. 도움의 손길, 섬김의 손길을 애타게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들로 인해서 그늘진 그곳에 있는 그들의 웃음이 나의 웃음이 되고 그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아름다운 연말이 되기를 간절히 빌면서 조용히 두 손을 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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