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춘 전 국제신문 기자

세계 최강의 조선강국으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산업의 이면에는 두 얼굴이 있다.

세계 조선 업계를 휩쓸고 있는 대한민국의 조선 명성은 이미 소문난 상태며 이 가운데 경남 거제에 세계 2, 3위 규모의 조선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은 큰 자부심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IMF 국가위기 때에도 삼성전자와 함께 외화획득에 큰 공헌을 했던 점과 거제시가 전국 최초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도 역시 양대 조선소 덕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마냥 좋은 게 좋다고 이대로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듯싶다.
최근 드러난 삼성조선의 해상불법 페인트 작업으로 인한 해양오염 사례와 중국 컨테이너선의 수리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는 정말 우리 거제를 생각하는 진정한 향토기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조선의 불법천국 현장

통영해경이 현재 삼성조선의 불법 사실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2건이다.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건조중인 신조선과 9천2백TEU급 중국 선적 컨테이너선의 불법해상 페인트 작업이 그것이다.

수주량이 밀리자 시설이 갖춰진 도크장에서 선박진수를 완료해야 하는데도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근 안벽으로 끌어낸 후 바다 위에서 마구잡이식 페인트 작업을 강행한 것이다.

또 올 초 중국으로 인도해 주었던 컨테이너선의 경우 상해 앞바다에서 선박과 충돌, 선박 앞 부분이 파손돼 수리차 삼성조선소에 들어왔다가 역시 바다위에서 절단과 페인트 작업을 하다 뒤늦게 적발된 것이다.

2건 모두 아무런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절단과 마구잡이식 작업으로 인한 수질환경보전법과 대기오염 방지법에 저촉되는 불법 행위임에 틀림없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수리과정에서 있었던 작업과정은 더욱 놀랄 만하다. 파손부분 절단을 위해 육지도 아닌 바다위에 떠 있는 선박외벽에 일명 족장(작업을 위해 설치하는 기본설비)을 설치해 놓고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화에다 완벽한 작업복을 착용하고 바다나 바지선에 떨어질 경우 생명까지 위태로운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것도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휴일이나 야간작업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로 협력업체 직원들이 현장에 투입된 사실이 시민들의 눈에는 곱게 비춰질리 없을 것이다.

삼성조선의 이번 행위는 수질과 대기오염은 물론 바다위에서 무자비하게 설치한 족장시설 등 모두가 규정을 위반한 불법사례로 큰 오명을 남기게 됐다.

그린조선 의미 퇴색

그동안 삼성조선은 Green 조선을 표방하면서 친환경기업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려왔다.

언론매체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된 Green 조선소의 이미지는 이번 불법 사례들로 엉망으로  되고 말았다.

비단 이같은 사례가 이번만이 아닌 전례가 더 많았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거제시민은 물론 전 국민들에게 심어줬던 친환경기업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만신창이로 변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이번 일로 삼성 에버랜드의 편법증여 사건과 함께 국내 최고의 그룹인 삼성의 이미지에 적잖은 피해를 줄 것이 틀림없다.

친환경 조선소의 이미지 퇴색과 함께 그룹의 Green 이미지는 함께 퇴색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전관리 자율평가 우수업체도 허구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매년 1백명 이상 근무하는 조선업체 4백98곳을 대상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작업현장의 안전수준을 평가해 우수업체로 선정되면 안전보건 지도와 관리감독이 면제되는 ‘안전관리 자율평갗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수업체로 선정되면 사용자측이 안전관리 수준을 자체 평가하도록 특혜를 주고 있다. 삼성조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안전관리 자율 평가 우수업체로 선정돼 있어 자체에서 안전보건 지도와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이번 삼성조선의 행위도 이같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밖에 볼 수 없다. 문제가 발견된 만큼 노동부의 철저한 조사로 모든 사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며, 규정에 어긋난 행위가 드러나면 ‘안전관리 자율평갗 우수업체에 대한 제재도 따라야 할 것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경우 6명이, 삼성조선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각각 3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한 것에서도 이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행정·의회 시민단체 역할 미비

조선소로 인해 지역사회가 큰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동안 페인트 분진이 시내 인근까지 날아와도 어쩔 수 없이 참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우리지역을 지키고 보전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산업기지화법에 의해 행정도 잘 모르는 거대한 바다점용 문제 등은 이 바다가 온통 조선소만의 영역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훗날이 걱정된다.

삼성조선이 수년에 걸쳐 바다 수 ㎞까지 파일을 박아 설치한 안벽은 주변 해양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법상 하자가 없어 행정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답변은 이해가지만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근에 있는 고현항은 장승포항, 옥포항과 함께 거제에서 3개 밖에 없는 국제무역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옥포항내 대규모 안벽설치도 마찬가지다. 바다 파일 박기 작업과 안벽 설치는 물 흐름을 크게 방해할 수 밖에 없어 악취 풍기는 항만을 더욱 썩게 만들 것이다.

대규모 안벽 설치로 인한 주변 해역의 환경영향문제 등을 행정과 의회 시민단체가 나서 신뢰성 있는 기관에 용역 의뢰해 볼 필요성도 있다.

물 흐름에 문제가 되면 준설토 역시 해저에 많이 쌓이게 될 것이 자명하다. 용역결과 문제점이 드러나면 반드시 준설 등의 책임을 조선소와 협의해야 할 것이다.

“바다에 흘러내린 페인트는 친환경 페인트여서 해양오염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조선소 관계자의 말은 아직도 바다오염 정도는 별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식이어서 지역사랑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진정한 향토기업의 이미지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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