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경남지부 거제시지회

전쟁의 포화 속에 꽃다운 청춘을 송두리째 바친 이들. 동족상잔의 비극을 몸으로 겪으며 아수라장을 헤쳐 나왔던 그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경남지부 거제시지회원들의 모습이다.

성성해진 백발과 주름진 얼굴엔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지만 그들의 눈빛 속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그 때의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하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경남지부 거제시지회(지부장 전성업)는 6·25동란과 월남전, 국내 대 침투작전 등 국가 위난 시 목숨을 던져 혁혁한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은 이들과 평생을 국방 및 안보에 투신, 보국훈장을 수여받은 보국수훈자로 설립된 단체다.

지난 1991년 54명의 회원으로 발족한 무공수훈자회는 초대 이도주 지회장을 중심으로 초야에 묻혀있던 무공수훈자와 유가족을 찾아내 현재 1백75명의 회원들이 지회와 지역사회발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과 충혼탑, 도로변 환경정화 활동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고 매년 판문각, 철의 삼각 전적관, 백마고지 전적비 등 전적지를 순례하며 회원들간 우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 1999년 실내체육관 옆 동산에 만들어진 ‘무공수훈자 전공비’는 회원들의 큰 자랑이다. 애국애족의 나라사랑 호국정신을 전후세대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건립된 전공비는 탑신 높이 7.7m, 폭 7m, 넓이 6m 크기로 국가안보의 산 교육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01년도엔 회원들의 전쟁수기를 엮은 ‘참전용사 수기’를 발간, 거제지역 학교와 읍·면·동사무소에 배부해 어린 학생들과 전후세대들이 국가안보의식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계기를 마련키도 했다.

1백60여 회원들의 열망이 담긴 ‘참전용사 수기’는 6·25한국전쟁 및 월남전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나라와 민주주의를 지킨 삶의 기록이자 생생한 증언담이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만 해도 여든살에 육박하는 무공수훈자회원들은 대부분이 격렬한 전투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몸이 성치 않다.

총알이 관통한 흔적들과 포탄 파편을 제거한 상흔이 회원들의 몸 구석구석에 남아 그날의 치열했던 현장을 기억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무공수훈자회원들에게 차갑기만 하다. 세상은 나아지고 삶도 풍요로워 졌지만 회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냉대와 차별, 그리고 무관심이다.

회원들은 “우리는 목숨 걸고 국토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사람들”이라면서 “우리보다 국가에 기여한 게 적은 사람들도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데, 우리가 그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서운한 감정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나 지자체에 ‘우리가 이렇게 했으니까 어떻게 해 달라’라고 하는 방식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인정받는 단체가 되려고 애쓸 뿐”이라면서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앞장서는 게 모범적 유공자의 자세”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성업 지회장은 “젊은이들이 전쟁의 참상을 모른 채 풍요로움만 누리는 것이 무척 아쉽다”면서 “대한민국이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 온 것은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모든 것을 희생한 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 지회장은 또 “백발이 성성한 회원들이 국가와 지역사회의 푸대접에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지만 남은 여생동안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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