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에서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선철도가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자문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사업대상으로 선정됐다고 경남도가 지난 19일 밝혔다.

일단은 박근혜정부의 사회복지정책으로 인해 대부분의 SOC사업들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무적 결과를 얻은 것에 대해서는 칭찬해 마땅하다. 하지만 경남도가 예비타당성 조사사업대상에 선정된 것만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거제시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작 중요한 것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비율(B/C)이 0.8 이상 나와야 이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해 KDI에서 남부내륙선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가 0.45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비용편익이 50%도 되지 않던 사업이 갑자기 80%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거제의 교통 현주소와 향후 발전계획, 물류 수송현황 등 철도개설의 당위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명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이 사업을 합법적으로 잠정 보류시킬 수 있는 명백한 수단으로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대통령 자신이 이 사업을 공약에 포함시켰고, 지난해 홍준표 도지사도 공약으로 남부내륙선 개설을 주장했다. 권민호 거제시장도 해양플랜트산업단지 부지를 이전하며 철도부지를 한 이유로 꼽았다.

이외에도 김한표 국회의원을 비롯한 철도가 지나가는 지자체 단체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무산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당위성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한 가장 완벽한 수단이 예비타당성 조사가 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과 비슷한 일이 중국 정(鄭)나라에서 있었다. 정나라 무공(武公)은 호(胡)를 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딸을 호에 시집까지 보냈다. 그런 다음 신하들에게 "내가 전쟁을 하여 칠 만한 나라가 어디이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관기사(關基思)는 무공의 뜻을 알고 있었으므로 "호를 쳐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무공은 "호는 형제의 나라이다. 어찌 호를 치란 말이냐?"하고 관기사를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렸다.

호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안심해 아예 국경에 대한 방비를 하지 않았다. 무공은 그런 느슨한 틈을 타 호를 침략해 나라를 빼앗았다. 지금 남부내륙선의 상황이 당시와 너무나 흡사하다. 정부에서는 복지정책에 투입할 예산으로 인해 SOC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지만 관련 지자체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를 한 번에 해결할 묘안을 찾아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나온 B/C비율 0.45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곧바로 대입시키면 지자체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정부는 다시 한번 이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에 선정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무공이 딸을 호에 시집보낸 셈이며 정부가 이 사업을 무산시키기 위한 준비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부터 관련 지자체들이 어떻게 준비해 도발을 막을 것인지 고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나라가 호를 빼앗았던 것처럼 '앉아서 손 놓고 당할 것인지 아니면 철저히 방비해 침략을 막을 것인지' 하는 기로에 섰다.

특히 B/C비율 0.45를 극복해 0.8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정치적 해법도 필요하겠지만 철저하게 수치로 대응해야 논란이 없을 것이다. 정부가 이 사업을 무산시킬 계획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결정했다면 그 이면에는 정치적 해법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국가사업으로 6조7907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정치적 상황을 차단하는 가장 합리적 수단이 예비타당성 조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사전 포석을 무산시키기 위해서는 현 교통상황과 수요, 물류 등 다방면에 걸친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수치를 통해 사업타당성을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남도·거제시·관련 지자체 및 국회의원 등이 하나로 뭉쳐 논리적으로 정부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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