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면 산불감시원 허남학 씨
전직 경찰서장…퇴직 후 남부면 홍포서 노후 보내

"40여 년 전 이른 봄, 해금강 비포장도로 동백길을 지나가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기억속의 거제는 언제나 아름다움 그 자체였죠. 경찰생활 37년, 퇴임 후 미련 없이 거제를 찾은 이유입니다." 

천하일경(天下一景)이란 말이 아깝지 않게 다도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 망산 아래, 거제관광의 아름다운 자산 남부면. 그곳에서 산불조심이라는 마크가 새겨진 붉은 복장을 하고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반갑게 손을 흔드는 이를 만날 수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일몰 전까지 지정된 마을과 산 주변을 순찰하며 계도·단속하는 산불감시원 허남학(65) 씨가 주인공이다. 순경 초임시절 해금강 호텔을 방문했다가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의 감동을 잊지 못해 정년퇴임 후 대소병대도의 비경에 반해 홍포에 집을 짓고 노후를 보내게 됐다.

그는 전직 경찰서장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이곳을 지키고 있다. 산불감시원이 된 치안행정수장. 창원중부서장이었던 그가 아무 연고도 없는 거제에서 힘든 산불감시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다.

그는 "거제에서의 산불은 단순한 산불이 아니다. 산불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이 훼손되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으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면서 "바로 우리의 관광자원이 손실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는 만큼 예방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아름다운 자연 환경의 지킴이가 되는 것을 자신의 소신"이라며 "용돈, 건강, 사회봉사 세 마리를 토끼를 잡으며 상당히 큰일을 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혹여나 현직 후배들에게 누가 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서장님 자세가 잡혔는데요?"라고 격려해주는 후배들로 지금은 아주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추자도·제주도·가거도·흑산도·홍도 등 많은 섬을 다녀봤지만 대소병대도처럼 경관이 아름다운 섬은 보지 못했다는 허 씨의 말에서 얼마나 거제를 사랑하는지 느껴졌다.

지역 내 등산로 입구나 시야가 좋은 위치에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산불감시원. 이곳은 농사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큰 위험요소가 담뱃불이다.

허 씨는 도로와의 일정구간에 풀을 베고 쓰레기를 주우며 담뱃불을 버리지 못하게 산불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야외에서 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어려움을 그는 지나가는 자동차에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길도 안내하며 아주 즐겁게 극복하고 있었다.

남부면 김용기 면장은 "산불감시원이 지나가는 자동차에 손을 흔든다는 것은 일일이 산불조심 하자고 홍보하는 것 보다 몇 배의 효과가 있다"며 "반갑게 손 흔드는 그를 보고 누가 불 관리를 헛으로 하겠는가?"라고 말하며 허 씨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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