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칼럼위원

▲ 천창수 송진교회 목사
초대교회의 역사는 핍박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64년에 있었던 네로 황제의 핍박에서부터 시작해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한 313년까지 교회를 향한 로마 황제들의 핍박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연대기'에 네로 황제 당시 핍박의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기독교인들을 진멸하는 장면을 스포츠를 보듯 즐기고, 사나운 야생동물을 우리에 넣어 기독교인들을 죽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거나 화형을 시켰다. 날이 어두워지면 그들은 밤을 밝히는 램프가 될 정도였다.

네로는 이런 광경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정원을 공개하여 서커스 게임을 하게 했다. 아무리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형벌을 당하는 자들을 보며 동정했다.

그들이 양심의 가책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단지 난폭하고 잔인한 한 사람에 의해 형벌을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네로시대에 기독교인들은 십자가에 못 박힌 채로 화형을 당해서 밤을 밝히는 횃불이 되었다. 네로는 자신의 정원에 이렇게 인간 횃불을 피워놓고 그 안에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서커스 공연을 했던 것이다. 화형을 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경기장에 끌려와서 굶주린 사자의 먹이가 되었다.

'명상록'을 쓴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황제로 있을 때에는 리옹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순교를 당했는데, 사방에 5인치 정도의 창살이 박혀 있는 의자 위에 기독교인들을 앉혀 피가 줄줄 흘러내리게 한 뒤, 그 아래에 숯불을 피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어 죽였다. 큰 화로에 기독교인들을 집어던져 마치 군고마를 굽는 것처럼 죽이기도 했다.

교회를 핍박했던 수많은 황제들이 이런 모진 박해를 통하여 기독교인들이 믿음을 포기하고 로마 신들을 섬기게 하려 했지만, 그러나 그들은 조금도 서슴지 않고 "나는 기독교인 입니다" 라고 선언했다.

사도 요한의 제자였던 폴리갑도 아우렐리우스 황제 치하에서 순교를 당했는데, 그는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86세에 잡혀서 심문을 받았다.

네 나이를 생각해 보라며 그리스도를 포기할 것을 설득하는 총독을 향하여 폴리갑은 "그분을 섬겼던 86년 동안 그분은 한 번도 나에게 해를 입히시지 않으셨는데 내가 어찌 나의 왕이며 나의 구세주이신 그분을 모독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하면서 끝까지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폴리갑은 "나는 기독교인입니다" 하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장작더미 위에서 화형을 당하였다.

네로황제부터 시작해서 250여 년 동안 계속된 교회를 향한 로마 황제들의 핍박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스스로 기독교인임을 포기하면 그토록 끔찍한 박해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박해를 받아도 "나는 기독교인입니다"라고 주장하였다. "저는 기독교인이라고 불리는 것 외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없습니다." 이것이 초대교회 성도들의 신앙이었다.

우리가 "나는 기독교인입니다" 하는 이 신앙을 분명히 한다면 우리는 어떤 유혹에도 타협하지 않고 믿음을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디를 가든 빛과 소금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