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냉동냉장 김현규 대표이사
거제동상우체국·면사무소·마을 행사 등 6년 간 생수 기증

거제 동상우체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우체국에 6년 동안 얼린 생수를 꾸준히 기증하고 있는 날개 없는 천사를 알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동상우체국 직원들의 '오아시스'는 사등면 덕호리 광리마을 삼보냉동냉장 김현규(55) 대표였다.

수협에서 근무 하다 지난 2004년 공장을 인수해 냉동·냉장업을 시작하게 된 김 대표는 2005년 혹서기 두 달간 대우조선에 물 납품을 하게 된다. 수산물 냉동 및 냉장보관업을 하고 있는 그에게 생수만 있다면 물을 얼리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폭염으로 매우 무더웠던 어느 여름, 김 대표는 우연히 남부면에 갔다가 장승포 고향 후배 김창선(51) 집배원을 만나게 된다.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잔한 마음에 김 씨에게 "얼린 물 좀 줄까?" 제안을 했다고.

그 후 6년 동안 꾸준히 집배원들에게 생수 1000여 개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는 "얼음물을 수건에 돌돌 말아 목에 묶어서 여름 더위를 피하는 모습을 보니 작은 물 하나가 집배원들에게 큰 힘이 되는 거 같아 보람을 느낀다"면서 "추운 겨울 연말에는 우편물도 많아 살갗이 떨어질 거 같은 추위 속에 배달하는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 했다.

푹푹 찌는 아스팔트 위 고생하는 집배원들에게 많든 작든 얼마든지 필요하면 이야기하라며 선뜻 물을 주신다고. 그는 집배원들에게 냉장고 공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가져가지 말고 수시로 와서 조금씩 가져가라"며 당부한다.

이런 김 대표의 선행에 직원들은 "기업의 존재 이유는 수익창출인데 무조건 퍼주는 식이라 아까워 말리지만 소용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500㎖ 생수 하나에 500원, 1박스에는 20개가 담겨 50박스면 50만원이다. 개인사비로 물을 산다는 말에 기자가 "그럼 남는 게 있나? 적어도 생수 값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 "돈을 받아야 됩니까? 고생하는 분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와 제가 드리고 싶은 걸요"라고 답하며 스파클·아이시스 등 생수도 다양하게 사온다며 웃어 보이였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그의 지론이 어느 때보다 빛나보였다. 

김 대표는 우체국 뿐만 아니라 면사무소, 마을 행사, 사등면 해변 가요제 등에도 물 50박스를 주고 있다.

이제는 입소문이 나면서 "물 좀 줄 수 있냐"며 전화도 온다고. 그럴 때마다 흔쾌히 가져가라며 몇 박스 더 챙겨준다는 그 인심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한국자유총연맹 지도위원장을 했던 시절 주말마다 목욕봉사를 다니고 독거노인 집에 방문해 청소도 하며 꾸준히 봉사를 해왔다는 김 대표.

장승포동 체육회장,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로 5년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꾸준히 앞장서왔던 그는 "공장 일이 바빠 동네 일을 못보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되면 65세까지 돈 벌고 그 이후로는 지역을 위해 봉사와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런 분들에 비하면 나는 이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쑥스러워 했다.

그는 특히 "좋은 일을 하는 건데도 돈을 많이 벌더니 나선다고 눈초리를 받은 적이 있어 그 이후로 조용히 몰래 봉사를 하고 있다"며 "봉사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됐음 한다. 좋은 뜻을 나쁜 뜻으로 오해할 수 있어 가슴이 아프다. 주변에서 동참해서 다 함께 하는 분위기로 갔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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