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 박범신 著

▲ 주찬경/대학생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를 먼저 보고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를 보았다.

이적요·은교·서지우는 모두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고 그로 인한 결핍으로 일그러진 인물들이다. 이적요는 순수하게 은교를 사랑한다고 하기엔 오직 육체적 욕망만이 강력한 모습이라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가지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나는 이적요가 은교와 서지우의 정사를 알고 비가 오는 밤, 위험천만한 사다리에 올라가 굳이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려 한 것이 분노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그토록 탐하고 싶었던 은교의 나체, 정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지켜보고 싶어서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적요의 욕정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세 사람의 각기 다른 결핍, 이적요는 젊음, 서지우는 문학적 천재성, 은교는 외로움에 대한 욕망의 이야기였다면 소설은 사랑에 초점을 맞춰 사랑해서 이적요가 서지우를 더 미워하고 서지우는 은교를 질투하고 은교는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하는 그런 내용을 관찰할 수 있었다.

소설 은교가 더 탄탄한 구성으로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를 만든 것 같아서 좋았다. '은교'는 시인의 노트와 서지우의 일기, Q변호사를 통해서 한 사람의 시점이 아닌 각자의 시점에서 서로 엇갈린 갈등과 오해를 부각 시켜준다. 책을 처음 읽고 든 느낌은 '낯섬'이였다.

'은교' 속 세 명의 인물들은 불편할 정도로 낯설게 다가왔다. '도대체 무엇이 평안했던 이들의 삶을 파괴시켰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고, 이내 '그들은 단순한 탐욕, 결핍을 절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됐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낳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잘못된 방법으로 이적요에 대한 사랑과 동경을 지키려 했던 서지우,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행동으로 비극을 낳은 은교, 은교에 대한 욕망과 소유욕으로 제자와 자신을 죽음으로 내 몬 이적요. 3명의 인물은 절제하지 못했고,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다.

세 인물은 서로의 감정을 감춘 채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오해하며 비극을 낳았다. 오해가 낳은 오해들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쉽게 일어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사실을 은교를 통해 표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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