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쟁이' 한길인생 임정근씨의 망루 위의 하루

▲ 망쟁이 임정근씨.

멀리서 숭어떼가 물위로 떠오르면서 바닷물이 짙게 변하기 시작하자 산 중턱 망루에 우뚝 선 망수(망쟁이, 망 보는 사람)의 눈빛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길목에 미리 쳐 둔 그물까지 숭어떼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 바다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숭어떼가 그물에 들어가지 않고 노닐기만 하면 망쟁이는 애가 탄다.

거무스름한 물빛이 육소장망(六?張網 일명 숭어둘이)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총지휘자인 망수가 "밖목섬 준비하고, 들고…" 등의 호령을 내리면 구령에 따라 일제히 숭어떼의 퇴로를 차단하고 그물을 끌어올린다.

육소장망 숭어잡이는 숭어가 들만한 물목에 그물을 깔아두고 기다리고 있다가 망루에서 망수가 물 빛깔과 물 속 그림자의 변화로 어군을 감지해 지시를 내리면 재빠르게 그물을 올려 잡는 전통적인 어법이다.

예전에는 자그마한 6척의 배들이 일제히 투입, 그물로 숭어떼를 둘러싸 건져 올렸지만 요즘은 뗏목과 기계를 이용한 반 재래식 방법을 사용한다.

부산 가덕도에선 아직까지도 배를 이용하는 반면 거제에서는 수년전부터 고정적으로 그물을 쳐두는 것으로 개량화됐다.그물은 포구를 향하여 'ㄷ자' 형으로 놓고 그물에 숭어가 들면 외해로 나가는 길목을 차단하고 일제히 끌어올려 잡는다.

 

42년 동안 숭어잡이 인생을 살아온 망쟁이 임정근씨(71.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는 숭어잡이철인 2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는 매일 새벽 3시55분께면 출근한다. 도장포에서 밤길을 걸어 40분이면 다대어촌계 숭어잡이 망루에 도착한다. 여기가 임씨의 직장이다.

망쟁이는 고도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육소장망어업을 하고 있는 다대어촌계가 임씨를 스카우트했다. 아슬아슬한 나무계단을 올라 아찔할 정도로 하늘 높이 솟은 망루지만 임씨에게는 인생역정과 고향집 같은 안락함이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벼랑위에서 비가 오면 푸성귀를 깔개삼아 비옷을 입고 망을 봤지만 이제는 천정이 있는 망루에서 망을 보게 될 정도로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옛시절을 회고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된 임씨의 하루 일과는 퇴근시간인 오후 5시까지 계속된다. 오로지 바다만 바라보며 철없이 노니는 숭어를 한 없이 기다린다.

손님이 와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숭어떼가 망통(그물)에 들이닥치기를 기다렸다가 그물로 둘러싸서 잡는, 글자 그대로 '둘이'(두르다)이다. 허탕치는 날도 있지만 운이 좋으면 수천마리를 한꺼번에 잡을 때도 있다.

 

 

한마디로 숭어마음에 따라 어획량이 달라진다. 그러나 망쟁이의 예리한 눈이 없다면 이마저도 허탕이다.임씨는 "육소장망 숭어잡이는 바다만 바라보고 한 없이 기다리는 '기다림의 어법'(漁法)"이라며 "쫓아가서 잡는 싹쓸이 어법의 폭력성에 비할 수 없는 자연친화적 어법"이라고 말한다.

윤길정 다대어촌계장은 "육소장망은 어촌계 협약사업으로, 잡은 숭어는 공동판매하거나 계원들에게 고루 분배된다"고 말했다.

현재 거제에서는 다대어촌계와 지세포, 양화, 학동, 다포, 도장포에서 육소장망으로 숭어잡이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