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 칼럼위원

▲ 윤성원 거제불교거사림 2기 학생회장
말해서 뭐가 행복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은 편하지 않을 때가 많으므로 이것이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삶이 갑(甲)이라면 을(乙)은 살아가는 사회에 적응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법에는 시작도 끝도 갑을(甲乙)도 공(空) 이라 하십니다. 공을 만들어가는 행복의 비결도 간단합니다. 바라는 것을 가능한 대로 줄이는 것입니다.

갑을(甲乙)은 하나입니다. 갑을(甲乙)이란 계약서 상에 계약자들을 단순히 갑(甲)과 을(乙)로 지칭하는 단어이지만 관용적으로 갑(甲)을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계약자로 지칭하고 을(乙)을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계약자로 지칭하게 되면서 갑을관계란 단어는 지위가 높은 자와 낮은 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변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아마도 갑을관계(甲乙關係)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발생한 대기업 임원의 폭언에 전 국민이 아연실색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을(乙)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그 지위를 이용해 비열한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갑(甲)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을(乙)은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수평적인 사회적 거래관계를 갑(甲)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수직적인 신분적인 관계로 잘못 해석하고 행동을 하거나 비열하게 악용하는데 있습니다.

즉 이로 인하여 을(乙)의 위치에 있는 자는 심리적인 모욕감이나 현실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 참아야만 하며 심리적인 트라우마(trauma)를 겪어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구조의 모순이 심리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노자가 말한 '태풍이 불 때, 큰 나무는 쓰러지고 갈대는 버틴다'에서 큰 나무가 갑(甲)이고 갈대와 같은 풀이 을(乙)을 의미합니다. 기문둔갑(奇門遁甲)이란 말이 있습니다. 둔갑(遁甲)이란 말은 무슨 요술이나 도술을 부려서 변신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래 의미의 갑(甲)은 감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큰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가지들이 나와야 합니다. 이때의 작은 가지가지가 을(乙)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큰 나무는 더욱 크게 변합니다.

갑(甲)은 그런 을(乙)을 위하여 마땅히 자신을 내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넝쿨이 많은 나무는 나무꾼이 접근이 어렵고 정리하기 귀찮아서 잘 베지 않습니다.

그것이 자연계의 갑을관계 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작은가지가 큰 나무인 갑(甲)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다시 작은 가지인 을(乙)이 생깁니다. 그 가지는 다시 굵어 지어 갑(甲)이 되고 이런 갑을관계가 반복되며 큰 나무로 성장을 합니다. 이런 수평적 도움의 관계가 본래의 '갑을관계'일 것입니다.

거래를 통한 수직적 신분관계로 변질이 된 것입니다. 이는 갑(甲)의 위치에 있는 자가 지위를 이용해 더욱 많은 것을 취하려는 비열함에서 시작된다고 할 것입니다. 또 심리적으로 볼때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이용해 자신의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마음이 작용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지금 처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이런 이들이 이슈화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제 사회적인 의식이 수직적 사고방식에서 수평적사고 방식으로 변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식에 강한 프레임을 지닌 객관주의적 사고방식에서 자유로운 인식의 구성주의적 사고로 전환되는 시점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빠른 경제변화를 지나 이제 빠르게 인식변화를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적은 몸살을 겪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신뢰와 서로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 주변에 둘만 있어도 살아가는 일은 덜 불안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갑을(甲乙)이 내 아픔과 기쁨을 자기 아픔과 기쁨처럼 생각해주고, 있는 듯 없는 듯 늘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행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언제나 인연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면 내 곁에 머물렀던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줬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갑을(甲乙)에 대한 부처님의 공(空)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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