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최근에 읽은 책으로 ‘예수부터 나꼼수까지 욕 사용설명서’라는 부제가 붙은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다. 저자는 개신교 목사 출신으로 욕에 대한 편견과 상식을 깨고 음지의 언어인 욕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이라고 책을 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욕(辱)’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고‘막말’은 ‘함부로 지껄이는 말 또는 마구잡이로 하는 말’이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욕쟁이 할머니의 욕은 친근감의 대명사고, 친한 친구끼리 욕은 할지언정 막말은 하지 않는다. 막말이 욕보다 더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리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 하원에서 연설하는 도중에 공화당 윌슨 의원이 ‘거짓말’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 한마디로 공화당 지도부는 같은 당이면서도 윌슨의원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정치적으로 매장시켜 버린다.

공자의 제자 중 자장(子張)은 매우 뛰어났지만 말의 신중함이 부족한 탓에, 능력은 좀 부족해도 말이 신중했던 자하(子夏)를 공자는 더 사랑했다. 사람은 말을 잘 참아야 하고, 교묘하게 말((巧言)하는 자를 경계하라고 공자는 가르친다.

김대중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국회의원,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닮았다는 국회의원에 ‘노시개’라는 건배사는 기가 찰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이라 부르고 ‘올해 소원은 명박급사’라는 저주를 쏟아 놓는 국회의원,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년 서슬이 퍼렇다’고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그년’은 ‘그녀는’의 준말이라고 유치한 변명을 늘어놓는 국회의원

급기야 이번에는 박정희 대통령을 일컬어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는 ‘귀태(鬼胎)’논란까지 절제와 품위를 잃어버린 국회의원들 참 잘났다 정말.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막말 한마디로 튀어 보겠다는 사람이나, 같은 편이라고 손뼉 쳐주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의심스럽다.

품위나 품격을 나타내는 품(品)자에 왜 입 구(口)가 세 개나 되는지 그 이유를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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