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2007년 워싱턴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인 내외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피어슨 판사는 맡긴 바지를 잃어버렸다고 주인을 상대로 우리 돈 540억원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

처음에는 바지 값으로 1,150달러(약 120만원)를 요구했는데 비싸다고 실랑이가 벌어졌고, 판사는 잘못된 상도덕을 바로 잡겠다는 명분과 자신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이라며 거액을 청구했다. 그러나 결과는 판사가 패소했고 이것이 뉴스를 타면서 세계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독일의 베네딕트 카르프초는 1620년부터 46년간 판사로 있으면서 그가 사형판결을 한 것이 약4만 건에 달하고, 특히 여자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 마녀라는 죄목으로 사형에 처한 여자가 2만이 넘었다.

하루에도 몇 건씩 사형판결을 내리고 나면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 죽음을 애도하는 기도를 올렸다. 다른 사람의 생명은 그렇게 쉽게 빼앗으면서 정작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던 개가 죽자 그 충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었다.

판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대리인이다. 왼손에 저울을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있다. 저울은 법을 적용하는데 형평성을, 칼은 법을 집행하는데 엄격성을 의미한다. 묘하게도 이 여신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데 이는 개인의 생각과 감정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법관은 재판장에서 뿐 아니라 사적으로도 신뢰 받는 인격자여야 한다. 성숙한 사고와 품위 있는 처신으로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창원지법의 부장판사라는 분이 ‘가카새끼 짬뽕’으로 물의를 빚더니, 이번에는 아파트 윗집에서 아이가 쿵쿵거린다고 주차장에 있는 윗집 주인의 차 열쇠구멍에 접착제를 바르고 앞바퀴 두 개를 펑크 내는 코미디 같은 짓을 했다가 CCTV에 잡혀 발각되자 사표를 냈다.

불량판사를 막는 방법으로 공부만 잘해서 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경륜과 덕망 있는 변호사에게 법원이 오퍼하는 형식으로 법관을 임용하는 제도를 생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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