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경남FC 스폰서 협약에 따라 거제경기 추진했지만 무산
거제공설운동장 조명 및 부대시설 등 프로경기 치를 수 없는 수준

대우조선해양이 경남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 '경남FC'의 메인스폰서로 나선 가운데 시민들은 프로축구 경기의 거제유치를 희망하고 있지만 올해는 실현 불가능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사장 고재호)은 지난 25일 창원축구센터 내 GFC-서포티움에서 프로축구 경남FC(대표이사 안종복ㆍ구단주 홍준표)의 후원계약 조인식을 가졌다.

올 하반기 6개월간 20억원을 후원받는 조건으로 이전 스폰서인 STX와 관계는 지난달 30일로 정리됐다. 이번 협약 사항에는 후원기간 동안 유럽 명문 클럽과의 친선경기 개최와 거제고등학교 축구부 지원, 지역밀착 마케팅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대우조선의 스폰서 계약에 따라 경남FC는 거제경기를 추진하기 위해 거제공설운동장에 대한 실사에 나섰지만 턱없이 부족한 시설로 인해 사실상 거제경기는 무산됐다.

이번 계약을 추진한 관계자에 따르면 거제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안종복 대표가 직접 거제시청을 방문하고 거제공설운동장 현지를 답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제공설운동장이 프로축구 경기를 진행하기에는 시설 등 모든 조건이 열악해 도저히 시합을 유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프로경기의 특성상 야간경기를 위한 조명의 밝기가 1500룩스가 돼야 하지만 공설운동장의 경우 900룩스 이하라는 것이다. 이 정도 밝기의 조명 아래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축구공을 식별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규정상 관중석이 최소 1만석 이상 돼야하지만 공설운동장은 7000여 석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선수들 편의를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탈의실과 샤워실 등 기초시설이 전혀 없어 프로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경남FC 측에서 다른 프로축구팀들을 설득해 몇 경기만이라도 유치해 보려 했지만 상대팀들이 모두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경남FC는 거제경기 유치에 대한 뜻을 접고 창원축구센터를 메인구장으로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지만 거제시는 프로팀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시설을 보완하고 경기를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경남FC 관계자가 시청을 방문해 시합유치에 대해 논의했다"며 "조명과 편의시설 등 보수를 통해 반드시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명 교체를 위해서는 1억원 가량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타 탈의실과 샤워시설 등은 현재 거제시체육회 사무실 등 사무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공간을 개조해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경남FC 측에서 거제경기 유치를 포기한 마당에 거제시의 늑장 대응이 실효를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제시의 현실에 대해 한 시민은 "인구 25만명에 육박하는 도시에 프로경기를 치를 수 있는 제대로 된 종합운동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시민들이 문화를 즐길 공간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관광산업 육성, 산업단지 조성 등 큰 사업을 추진하면 시민들이 제대로 받아들이겠냐"고 질타했다.

특히 체육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거제시 체육행정의 전근대적인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스포츠파크를 조성할 당시에도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생략되다 보니 선수들을 위한 락커룸이나 샤워실, 휴게실 등 편의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팀 이상의 경기를 유치하려면 반드시 천연잔디구장 이어야 하고 선수들의 휴식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스포츠파크에는 그런 시설이 전혀 없다"면서 "전문가 조언 없이 추진하다보니 돈은 돈대로 들이고 제대로 된 시합을 유치할 수 없는 이상한 운동장이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