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미국 미시간주의 한 법원에서 무슬림여인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이 여성은 눈만 보이는 니캅을 쓰고 있었다. 판사는 배심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니캅을 벗으라고 요구한다. 증언할 때 거짓말을 하는지 않는지 얼굴 표정을 봐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성은 종교적 이유로 불응하자 사건은 기각되고 만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생각이나 지식 등은 알 수 없지만, 얼굴에 나타나는 정서표현만은 상당히 정확하게 읽어낸다. 곧, 미소 짓는 얼굴은 행복으로, 찌푸린 얼굴은 슬픔으로 구분한다. 그밖에도 당황했을 때, 놀랐을 때, 화났을 때 뿐 아니라 좋고 싫은 것까지도 표정으로 알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신체부위는 어딜까?

영국 글라스대학에서 동양인 13명과 서양인 13명에게 인물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동양인은 눈을 주시하지만, 서양인은 눈과 입을 보는 시간이 거의 비슷했다. 동양권에서는 눈을 통해 감정을 읽지만, 서양권에서는 '입'모양이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이다.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노르웨이 출신 화가 뭉크의 그 유명한 '절규'는 해골처럼 생긴 사람이 다리 위에서 두 손을 귀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에 깃든 두려움과 공포를 겁에 질린 눈과 크게 벌어진 입으로 표현하였는데 결정적 감정 표현은 바로 입에 있다.

르네상스가 남긴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평가 받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그 수수께끼 같은 미소가 압권이다. 이탈리아 조각가 델라르카는 '입이 인간의 감정에 가장 먼저 반응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웃을 때에도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려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감정을 쉽게 들키지 않으려는 문화적 본능 때문으로 보고 있다.

눈가에 주름이 지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행복한 표정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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