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재심의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의 입찰자격 제한기간을 완화해 준 것을 두고 거제시민사회가 들끓고 있다.

현산은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된 장승포(옥포) 하수관거정비사업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사도 하지 않고 부당하게 거제시 세금 44억7000여만원을 편취한 사실이 발각돼 거제시로부터 2009년 '관급공사 5개월 입찰금지' 처분을 당했다.

이에 불복해 현산은 일주일 뒤 거제시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패소, 2심에서 승소한 거제시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산 측의 재심의 요청을 받아들여 1개월로 입찰금지 기간을 단축시켰다.

이 과정에서 거제시는 현산 측과 53억원의 거제시가 바라는 사업에 대한 투자와 2년 내 17억원 기부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 회계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거제시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은 결과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과 관련 곳곳에서 제기되는 절차의 문제와 각종 의문점 등은 생략하고 거제시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는 거제시 관계자의 말이 사실일지 확인해보자.

거제시의 1년 예산은 올해 약 5500억원 정도 규모다. 이 예산에 비춰볼 때 70억원은 대략 1.5% 정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사리 뿌리칠 수 없는 큰돈이다.

하지만 이처럼 큰 돈을 현산은 왜 거제시에 제안했을까. 70억원보다 적은 44억7000만원을 편취했다가 부당이득금으로 거제시에 반환한 것도 모자라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또 거제시에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날 지 알 수 없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산 스스로가 패소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지방계약법이 강화되고 있어 부정당업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도 2심의 고등법원이 내린 결정을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현산은 전국의 관급공사에 대해 5개월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대략 1조2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런데 거제시가 70억원에 무마해줬으니 현산은 1조2000억원을 거의 고스란히 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남는 장사도 이만큼 남는 장사는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거제시와의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이나 부당행위로 인한 이미지 훼손을 일부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현산은 4대강 사업과 관련 입찰담합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현산은 지하철 공사와 관련 하도급 업체 10곳에 공사비를 후려치고 특약을 강요하는 등 일명 '갑의 횡포'를 일삼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됐다.

이외에도 지난 연말 부천시 약대주공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주민 20여명이 현산의 추가분담금 요구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하며 억울함을 전했다. 당시 비대위는 "내역도 잘 모르는데 억대 분담금을 줄 수 없으며 철거업체도 25억원 신청업체가 있는데 31억원으로 이후 40억원으로 변경돼 주민부담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산은 거제에서 설계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늘리는 과정과 비슷한 파렴치한 방법으로 전국 곳곳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거제시가 준 면죄부는 이처럼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으로 인해 나빠진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이미지와 70억원 중 어느 쪽이 더 무게감 있을까.

끝으로 70억원과 맞바꾼 거제시민들의 자존심이다. 부정을 단죄하겠다는 24만 거제시민들의 정의감의 가치가 겨우 70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주홍글씨처럼 영원히 따라 붙을 70억원과 바꾼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현산이 기부하기로 한 70억을 거제시가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숙제로 남을지 모를 상황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볼 때 대기업이지만 파렴치한 그들이 구두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우습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산이 먼저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에 따라 줄 수 없다고 선수를 칠 수도 있을 것이다.

70억원과 맞바꾼 거제시의 결정이 실제로는 거제시에 이익이 되기보다는 현산 측에 훨씬 큰 이익을 가져다 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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