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중국 주(周)나라의 왕권이 약화되면서 지방할거의 시대를 맞는다. 이를 춘추시대라고 부르는데 이 시대의 패권을 다섯 왕이 차례로 차지했다고 해서 춘추오패(春秋五覇)라 부른다. 그중 제(齊)나라 16대 군주 환공(桓公)이 관중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얻은 탓에 첫번째 패권을 쥐게 된다.

제환공이 어느 날 요리를 잘하는 신하 역아(易牙)에게 "나는 천하의 진미를 다 먹어보았는데 오직 사람고기만을 먹어보지 못했다"고 농담조로 말했는데, 역아는 환공에게 잘 보이려고 세 살 난 자기 아들을 삶아 바치게 된다.

관중이 병을 얻어 죽게 되었을 때 환공은 재상감으로 역아가 어떠한지를 물었다. 관중이 대답하기를 자식을 죽여 바칠 정도의 사람이라면 필요에 따라 또 누구를 죽일지 모르니 멀리하라고 간한다. 그러나 환공은 관중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큰 낭패를 당한다.

역아는 환공의 애첩과 밀통하면서 세자를 내쫒고 환공이 죽자 시체를 67일 간이나 방치하는 오만을 범했을 뿐 아니라, 제나라의 몰락을 가져오게 하는 간신의 대명사가 된다.

중국이라고 하면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 내면에는 식인풍습이 존재한다. 한나라가 건국된 기원전 206년부터 청나라가 멸망한 1912년까지 220차례나 역사기록에 등장한다.

최초의 식인 이야기는 하(夏)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들을 죽인 원수를 죽여 육장(肉醬)을 만들어 원수의 아들에게 먹기를 강요한 여인 이야기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은나라 마지막 임금인 폭군 주왕(紂王)이 인체를 썰어 누룩과 소금에 절인 해(解), 말린 포(哺), 구운 자(炙)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해·포·자는 춘추전국시대 대표적인 인육조리법이다. '본초강목'에도 인체 부위별로 약효가 설명돼 있을 정도이며, 송나라 때에는 인육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인육분말캡슐을 밀반입하여 국내에 유통시킨 조선족이 구속되었다. 말로만 듣던 인육분말이 실제로 거래되고 있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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